"1인당 GNP(국민총생산)규모가 1960년대에 아프리카의 가나와 비슷했던
한국이 오늘날엔 그들보다 10배내지 12배 잘 살고 있다. 40~50년전
선진국에 접근하는 생활수준을 구가했던 아르헨티나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70년대부터 성장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하여 외채대국이 되었으며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4분의1이나 감소되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3번째
무역대국이 되었으며 21세기에는 가장 부유한 국가중의 하나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외국의 역사학자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의 승자로 묘사한 글중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나라가 망할것 처럼 부정부패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전승국의 당당함은 찾을 길이 없고 패전국의
상이군인 처럼 우리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사정한파속에 부끄러운
우리의 몰골들이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잘살게 된 나라에서
잘사는 것이 면구스런 세태를 만들고 있다. 나라전체로 보면 이것은
일종의 자학이다.

한국의 발전은 서구적 자유경제시스템과는 달리 정부의 강력한 주도와
사기업간의 혼합전략이 큰힘을 발휘한 때문이다. 정부주도는 자원배분
통제 규제등이 주요내용이다. 이 부분에서 정경유착등 부정부패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이것이 독버섯처럼 사회전반으로 퍼져
은행커미션,관리들에 대한 각종의 뇌물,기업들의 비자금조성,불법적
정치자금조달,기업간 거래에서의 리베이트,부정입학,군의"별장사"등 총체적
부패구조를 조성했다.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획득하고 규제를 뚫기 위해
돈을 쓰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

김영삼정부의 "신경제"는 정부주도라는 경제의 한 축을 거둬들이고
민간경제주체들의 창의와 자율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우리경제를 이끌자는
구도이다.
그래서 각종 행정규제를 풀고 자유화 개방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을
목조르던 부패비용을 제거하려고 지금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
한국경제의 번영을 서구적 시장경제처럼 자유로운 사기업들의 활동에
위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신나게 뛰어야할 기업들은 춘래불사춘이듯 움츠리고 있다.
민중도 개혁에 대해 박수는 치면서 웃음을 잃고 있다. 우리 스스로 치는
박수소리가 굉음처럼 우리자신을 겁나게 하는 면도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정의 불똥이 언제 튀어올지 속으로 불안해 하는 상태인듯 보인다.
사정을 고구마덩굴처럼 뽑다 보면 부정의 연줄은 기업에까지도 닿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기업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당당히 뛰어야 한다.
자정으로 당당함을 찾아야 한다. 신경제에서 홀로선 경제선수가 된
기업들이 뛰지 않으면 누가 이나라 경제를 이끌 것인가. 총체적
부패구조속에선 기업과 권세가사이에,기업과 기업사이에,그리고
기업내부에도 비리가 있을수 있었다. 그러나 자정을 통해 이들 짐을
벗어버리면 기업들은 더 힘차게 뛸수 있다. 정부도 사정이 미래지향적임을
확신시켜 기업들을 격려해야 한다. 자기분열을 조장하면 사정 그자체가
함정이 될 위험성도 있다.

말로는 언제나 줄인다고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던 준조세가
정말로 사라지고,행정규제가 완화되어 기업활동이 더욱
자유로워지고,돈봉투를 바치지 않아도 일이 되면 기업들은 천군만마의 힘을
얻는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사회가 저비용 고효율의 사회로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정부도 이같은 목적의식에 철저해야 하며 기업들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
투자를 늘리고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마침 우리경제에 좋은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등의
수출이 호조를 이루고 경기회복을 점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2.4분기에는 무역흑자를 낼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구조적
개선이라고 볼수 없고,어려운 부분들이 여전히 더 많지만 이같은 부분적
호전은 새로운 기회라고 볼수 있다. 기어코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 신경제의 구세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들이
뛰어야 한다.

사정의 한파가 불어온다 해도 기업들이 자정을 통해 기업풍토를 먼저
깨끗이 하면 두려워할것이 없다. 떳떳한 기업풍토는 오히려 힘의 원천이
될수 있다.

정부도 과거의 징벌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기업을 격려하는 성원을
보내야 한다. 사회분위기를 징벌에 박수치는데만 머물게 하지말고 이제
뛰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로 바꾸지 않으면 신경제계획은 그림의
떡이 된다. 상처만 커지고 모두 뒤로 물러앉게 되면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이제 총체적 부패의 망상에서 깨어나 기업인을 앞으로 향해 뛰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