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12월 공군 진급인사 때 뇌물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정용후(60)
전 공군참모총장은 24일 그 당시 인사를 앞두고 이현우 청와대 경호실장,
유학성 국회 국방위원장, 김종휘 대통령 외교안보보좌관, 김진재 민자당
총재비서실장으로부터 인사청탁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이런 발언은 군 인사 때 뇌물수수 관행과 별도로 정치권
의 진급청탁 압력이 행해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총장 재임중 진급인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사
실을 부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당시 이 경호실장이 인척인 신아무개 대령을 준장으로,
유 국방위원장이 배아무개 준장을 소장으로, 김 보좌관은 정아무개 중령
을 대령으로, 김 총재비서실장은 김아무개 대령을 준장으로 진급시켜달라
고 청탁했으나 모두 거절하고 진급에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89년 6월에 취임한 뒤 첫 인사인 89년말 진급인사에서 "진급지침
을 내려보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급심사위가 올린 인사안을 고치지 않
그대로 결재해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며 "진급 예정자들로부터 거액
의 뇌물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자신이 임기를 9개월 앞두고 강제전역 조처를 당한 것은
정치권의 인사청탁을 거부한 점과 차세대 전투기사업(KFP)의 기종선정 때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F-16기를 선호한 것과 달리 자신이 F-18기를 고수한
점, 군 구조 개편(818사업)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점이 복합적으로 작
용해 모함받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전역을 당하기 전 이현우 경호실장의 동서인 이성률 공군 오
산기지 보안부대장의 주도로 자신의 진급비리와 관련한 보고서가 작성됐
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