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의 나이를 지나도 어린시절 보문동에서 같이 뛰어놀던 추억들을
결코 잊을수가 없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지고 불현듯 그리움이 치밀때면
어김없이 아스라한 추억의 동네를 달리곤 한다. 그날의 햇빛은 너무나
투명했고 우리는 차가운 바람따윈 상관하지 않았다.

보문동에서 자라던 우리는 그때 애벌레였지만 세월을 넘고넘어 달려오는
따뜻하고 정겨운 힘들을 이제 느낄수 있다.

순전히 보문동 한동네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이름붙인 우리 보문회는
68년에 결성되어 현재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 만남을
가진다.

대개의 유년시절이 그러하듯이 탈많고 말썽많은 서로의 모습들을 익히
보아오며 자란 우리들은 이제 반백이 되었어도 만나면 영락없는
개구장이다.

다들 이제는 보문동을 떠나 다른 보금자리를 가졌지만 만날 날을
가슴설레며 기다리는 것이 왠지 즐겁기만 하다. 이름대신 어릴적 별명을
부르고 정답던 추억들도 회상하는 가운데 현재 우리가 발디디고 살아가는
이야기,자식들 얘기들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보문회는 체계적 모임을 위해 1년임기(?)의 회장을 선출하여 만남의
내용과 형식을 회장의 일방적 의사에 맡긴다.

낚시 등산 관광등에서부터 서로의 일정조정등 회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설령 개인스케줄과 상충되더라도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

요즘은 건강을 중요시하는 것이 모임의 방향이 되었다. 술 담배보다는
한모금의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길 원한다. 젊은날의 치기보다는 장년의
원숙미에 순응하는 것이다.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전국의 명산과 계곡을 찾아다니며 건강식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시간을 되돌릴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무척 아쉬운 요즘이지만 같이
늙어가는(?)것을 서로 지켜봐줄수 있는 동무들이 있어 위안이 되고 또
행복하기만 하다.

이제 보문회 죽마고우들을 불러본다.

김기덕 조선면옥사장,김영국 고려당상무,미8군에 근무하는 김춘기씨,대우
중공업 평택지점장 김충길씨,(주)신한중전기 백성현사장,미금시소방대장
우진만씨,(주)증권대체결제 이완선상무,피복자영업을 하는 차광호씨,부동산
업을 하는 홍기철씨,그리고 필자까지 10명이다.

벗들이여,라일락꽃 향기 날리는 이계절에 우리도 봄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 보지 않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