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경사령관 당시 지은 남산의 충정사 때
문에 S자형으로 건설되고 있는 남산1호터널 북쪽 도심진입로를 애초 설계
대로 직선으로 바꾸기로 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91년 `청와대지
시''에 따라 남산1호터널 도심진입로를 곡선으로 바꾼 것은 도로건설 상식
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교통사고 위험도 높기 때문에 애초 계획대로 직선
으로 도로를 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서울시는 6공과의 문제와 불교계의 `오해''에 따른 마
찰을 우려해 최종 발표를 미루고 불교계 등에 대한 설득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현재 올해말 완공예정인 남산1호터널 북쪽도심진입로 확장공
사를 대부분 마쳤으나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구 예장동 산3-10 일대 충정사
부근 1백m에 대해서는 최종 도로계획선이 결정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시는 89년 3월 남산1호 쌍굴공사에 따른 진출입도로를 현재 너비 15m의
왕복4차선에서 너비 23m의 왕복 6차선으로 확장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
가려 했으나 청와대는 노 당시 대통령이 80년 수도경비사령관 시절 지은
충정사가 도로계획선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도로가 이 절을
비껴가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터널 북쪽 출입구에
서 퇴계로에 이르는 1백여m 도로를 7.1m 서쪽으로 옮겨 S자형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현재 시는 이 절을 퇴역장성 불자회의 요청에 따라 6개월에 2백77만원
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
이 절을 비껴 S자형으로 도로를 낼 경우 터널 진입로 주변의 시야가 가
려져 병목현상을 빚고 이 지역이 원래 비탈길인데다 굴곡마저 심해 눈.
비가 올 때 사고 위험이 커 애초대로 직선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청와대의 반대와 서울시의 `눈치보기 행정''에 의해 묵살돼왔
다.
시는 89년 `남산제모습찾기사업''의 하나로 수방사 터에 전통마을을 짓
기 위해 이 절을 포함해 수방사 터를 매입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절을 철
거한 뒤 도로를 직선으로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직선으로 계획된 도로를 곡
선으로 바꾸는 것은 도로건설의 기본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충정사 부
근은 애초대로 절을 헐고 직선으로 도로를 내야 할 것"이라며 "시행정
이 더이상 권력의 입김과 눈치행정에 의해 파행적으로 이뤄져 예산낭비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