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인 전곡리(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야외박물관인 "전곡리 구석기 유적관"이 11일 문을 열었다.

동아시아고고학연구소(소장 배기동)는 11일 오전11시 유적관현장에서
김원용(한림대교수),한병삼(전중앙박물관장),김병모(고고학회장),윤세영
(전고고학회장),최무장(건국대교수),최몽용(서울대교수),이종철(국립민속
박물관장)씨등 관련학자 50여명과 학생 일반인등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
데 개관식을 가졌다. 개관식행사에서는 전위예술가 무세중씨가 연출을 맡고
한양대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이 출연,"짐승인간들의 현대나들이"라는
마당극을 공연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유적관을 마련한 배기동교수(한양대.문화인류학)는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동북아시아구석기 유적으로 소개돼있고 우리
중.고교역사교과서 첫부분에 나올 정도로 중요한 유적인데도 현장에 가보면
구경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관련학자로서 부끄러웠다"며 선사유적을
일반과 외국관광객에게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는 야외박물관이
고급문화자원으로 인식돼 활발히 건립됐으면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30여평 규모의 가건물에 전시공간 15평정도로 소규모인 이유적관건물은
지난79년 발굴당시 고박정희대통령이 내놓은 지원금 5백만원으로 지어져
그동안 발굴조사시 본부로 사용되고 평소에는 방치돼 있었다.

유적관에는 전곡리출토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비롯한
석기자료,아프리카의 전형적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복제품,북경원인
복원조각,"전곡리구석기
인류생활복원도"(신재남작),발굴광경사진,석기제작법과 사용법복원도등
2백여점이 2백여점이 전시됐다.

전시자료마련과 기타 경비는 약2천만원이 들었다. 전곡리구석기유적은
지난 78년4월 당시 동두천 미육군항공기상예보대에 근무하고 있던 미군병사
그렉 보웬이 한탄강유원지 부근에서 석기 4점을 채집,서울대박물관에
문의해 알려지게 됐다. 79년 이후 9차에 걸친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제까지 3천여점 이상의 석기가 출토됐고 이보다 많은 석기가 지표에서
채집됐다.

전곡리유적은 20만~30만년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져왔던
"아슐리안형주먹도끼"(양면핵 석기)들이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출토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아슐리안형주먹도끼의 출토로 그동안 세계학계의 정설이었던
미하버드대 모비우스교수의 "세계구석기문화 전통 2원론"이 무너졌다.
모비우스교수는 유럽과 아프리카와는 달리 동아시아에는 아슐리안석기가
발견되지 않으며 대신에 "찍개"류의 석기문화전통만이 존재한다는 인종적
편견을 지닌 주장을 했었다.

지난해 11월28일 힐튼호텔에서 한.중.일.러 4개국 학자가 참석한
"동아시아의 구석기문화"국제학술회의에서는 동북아시아 구석기문화를
표현하는 보편적 개념으로 "전곡리안"(Chongoknian)이란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 유적이 발견된 후 그 중요성을 인식, 이 일대 약 23만평을 사적
제268호로 지정보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만 정도만 발굴됐을 뿐입니다. 계속적인 발굴과 연구가
요망됩니다만 그나마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지역은 계속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특히 휴일을 맞아도 갈 곳이 없는 가족들이 많이 찾아 우리 역사의 뿌리를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배교수는 재정문제상 상주관리인을 못두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