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가지고야 과연 한국경제가 잘 될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막힌 얘기가
있다. 산재보험 요율분류표는 산업의 재해위험도에 따라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여기에는 위험도가 높은 제조품으로 "칼 낫
자물쇠등"이라는 항목이 있다고 한다. "자물쇠 등"의 "등"자는 어린
국민학생이라도 그밖의 같은 류를 나타내는 등이라는 뜻임을 알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해당 관서에서는 어느 기업주에게 어거지를 썼다. "자물쇠등"에서
"등"의 의미는 등이라고 조명등기구를 만드는 기업인에게 얼토당토 않게
우긴 것이다. 하도 기가막혀 아무리 설명하고 통사정을 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결국 자본금의 80%상당액인 1억5천만원을 5년간의
산재보험료 추징금으로 소급 징수당하여 회사가 한때 풍비박산났었다고
한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여 일이 수습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수 없었다고 한다.

지방에서 조명기구 수출품을 만들고 있는 이 기업인은 소음진동규제법에도
걸려 있다. 규제법 시행규칙이 92년8월8일자로 개정되어 10마력이상의
유압식 외의 프레스및 30마력이상의 유압식 프레스가 적용대상인데
3마력미만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가 종전 규칙에 의해 걸린 것이다.
규칙의 잘못 적용은 말할것 없을 뿐더러 냉장고 보다도 소음진동이 적은
정도를 벌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 올라와
고급관료에게 하소연했더니 그도 어이없어 웃더라는 것이다.

소음진동과 관련하여 이 회사는 부주의로 인한 경미한 법위반도 있었다고
한다. 지적을 받고 시정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인데 종업원 5백명의
이 수출회사에 공장가동 중지명령이란 날벼락을 내렸으니 이것이 국운이
걸린 수출조장의 일선행정인가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대화재라는 불운까지 겹쳤던 이 기업인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때 돈을
챙겨 외국으로 내빼는 것이 속 편하고,사는 집등 모든 가산을 저당잡히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눈물겹게 분투하는 기업인은 부정수표단속법
임금체불등으로 줄줄이 법에 걸리게 되는 현실도 한탄한다.

이런것들이 대통령 국무총리 상공장관표창등 많은 수출포상을 받은바 있는
이 기업인을 주눅들게 한다. 기업인을 죄인시하여 사사건건 트집잡고
툭하면 잡아가겠다는 데가 십여군데를 쉽게 셀수 있다니 이게 무슨
수출입국의 토양인가. 운전기사가 법을 어겨도 사업주가 벌을 받게 되어
있으니 기업인은 사업활동보다 면죄궁리에 여념이 없게 된다.
이래가지고는 경제가 번창할수 없다. 발을 묶고 뛰라는 꼴이다.

김영삼새정부는 지금 각종 개혁을 전개하면서 경제활성화에 국운을 걸고
있다. 행정규제완화 자율화 제도개선및 각종 기업지원시책을 펴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윗물맑기"운동도 한창이다. 그러나
윗물이 맑은 것은 아랫물이 맑기 위한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윗물이 맑아도 아랫물은 흐려질수 있고 기후차에 의하여 아랫물은 흐르지
않고 얼어붙을수도 있다. 즉 정부의 뜻과 일선행정이 여일해야만
한국경제가 다시 뛸수 있다.

물론 일선 행정공무원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에선
중앙정부의 각종 개혁조치에 지극히 냉소적이라고 한다. 제도개선을
들먹이면 "아직 법이 바뀐 것이 없고 그런 지침을 받은 바도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보면 어느어느 장관이 분명히 밝혔지 않느냐고
하면 "거기가서 물어보라"고 핀잔이라는 것이다.

시차때문인지 중앙관서와 행정일선이 따로따로 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뜻대로 일선행정이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비리단속으로 위축된 탓인지
원리원칙만 따지고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사업주는 돈을
줘서라도 일만 잘 돌아가면 좋겠다는 막말까지 한다. 봉사가 아닌 규제의
행정관습은 여전히 속으로 살아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각종 캠페인을 벌이면서 행정 화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몇차례의 결의대회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역대정권의 무수한 캠페인들이 모두 용두사미가 되었음을 잘 보아왔다.
그러므로 전시적 행사보다는 철저하고 꾸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일선행정은 군림하면서 누리는 권한이 아니라 봉사라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누가 봉급을 주며 누가 주인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일선행정은 손과 발이나 다름없다. 중앙정부인 머리가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해도 손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마냥 허사다.

경제행위를 규제하는것이 아니라 도움을주는 일선행정이되면 우리기업들은
오뚝이처럼 다시 서게될것이다.

등을 등으로 읽는 오만한 착각이 시정되지 않으면 한국의 장래를 밝히는
등은 찾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