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의 대표적인 정경유착사건인 수서특혜비리 사건에서 한보그룹의 비자
금 행방과 관련, 검찰이 수배중이라고 밝힌 한보그룹 전 경리부 여직원 천
은주씨(26)가 그동안 실제로는 검경의 추적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
다.
검찰은 지난 91년 2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보그룹의 비자금 계좌를
관리해 비자금 규모를 사용처를 알고 있을 핵심인물로 천씨를 지목, 끝까
지 추적해 비자금의 행방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은 수사초기에는 천씨의 집과 친인척의 집에 수사관을 보내기도 했
으나 청와대 및 정치권의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에서 제
외하고 구속자들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여부에 수사의 촛점을 두면서 천씨
의 소재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은 장기화 된 주요사건과 관련된 참고인 수배나 소재 수사가 필요할
때는 인력이 부족해 자체수배만으로 검거가 사실상 어려워 경찰에 수배지시
를 내리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경찰에 천씨 검거를 지시한 적이 없으며 자체적
으로 천씨의 행방을 찾지도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천씨의 집을 관할하는 파출소에서는 천씨를 검찰이
수배했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경찰의 수배자 명단에도 천씨는 들어
있지 않았다.
천씨는 한보그룹을 퇴사하고 지난해 8월 결혼해 혼인신고를 했으며 아들
까지 두고 있어 검찰이 수사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관련 혐의에 대한 수
사가 가능한 상태다.
천씨의 가족들은 "한때 검찰의 수배를 받았으나 사건이 종결되면서 수배
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배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 평범한 주
부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