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1일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다. 콜총리는 방한기간중 김영삼대통령과 양국정상회담을 갖게되며
국회연설과 판문점방문등이 예정되어 있다.

콜총리의 방한은 유럽및 미국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독일정부의 이른바 "신동방정책"에 따른 아시아5개국순방의
하나로 이루어졌다. 콜총리는 당초 지난해 10월 방한할 계획이었지만
유럽공동체(EC)특별정상회담으로 연기되었다. 한독양국은 지금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독일총리(구서독포함)가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박정희(64년12월) 전두환(86년4월)
노태우(89년11월)전대통령이 독일을 공식방문했고 독일에서는
뤼프케(67년3월 당시 서독) 바이츠제커(91년2월)대통령이 공식방한한 일이
있으나 실질적인 독일정상인 총리의 방한은 처음인 셈이다.

우리측으로 보면 김대통령의 취임후 처음 갖는 외교행사라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콜총리방한이 갖는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정치적 상징성이 우선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고 겨레의
염원인 통일을 금세기내에 실현한다는 국가적목표를 다짐하는 시점에서
통일독일주역의 방한은 우리국민 모두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콜총리는 방한기간중 독일통일의 생생한 체험을
우리정치지도자들과 국민에게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정부도 콜총리의 방한을 맞아 국민의 통일염원을 승화된 국력으로
재결집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콜총리방한이 갖는 한 독간의 경제적인 의미도 매우 크다. 독일은 미국
일본과 더불어 세계3대경제대국의 하나이며 EC의 지도국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밀려 3위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연간 7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4대교역국이기도 하다.

EC진출이라는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에 한곳도 없는 총영사관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등 3대도시에 개설된 것만 보더라도
우리정부가 경제분야에 있어 얼마나 독일을 중요시 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고 대일역조의 벽을 넘기위해 시선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는 정부및 경제계로서는 한독 경제협력에 거는 기대가
클수 밖에 없다.

이번 콜총리방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고속전철수주전의
일환으로 오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독일은 이체(ICE)의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프랑스의 TGV,일본의 신간선과 함께 고속전철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콜총리의 방한은 정부입장에서 보면 프랑스와 일본으로부터 "쓸데없는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고 할수 있고 이로인해 외교적인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와관련,"콜총리의 이번 방한에는 독일의
경제각료가 수행하지 않게되며 관련협정의 체결이나 프로젝트의 합의도
일절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정부당국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고속전철수주를 둘러싼
독.불.일의 치열한 경쟁양상을 볼때 콜총리가 한독정상회담에서 과연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냐는 점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한독양국이 정상회담후 이 부분에 관해 어떤 발표가 있을 것인가,있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하는 문제는 국내적으로는 물론 관련국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콜총리의 방한으로 양국은 정치 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는 새로운 계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