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나라나 그나라의 경제정책은 경제현실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이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외의 경제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냉전체제의 몰락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전환이
미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의 전환도 미경제가 과거 50~60년대처럼 세계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경제정책을 크게 변경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경제현실이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지난20년동안
선진국중 가장 낮은 생산성증가를 기록하며 실업자를 양산하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에 경제정책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슈퍼파워국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제가 먼저
재건돼야한다는 공감대가 미국내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후세대인 클린턴대통령의 등장은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따른 미국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외국에 대해 예전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국내외의 이같은 상황변화를 반영한 경제정책전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그냥 지나갈 일도 미경제력이 약화됐기
때문에 트집을 잡고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클린턴정권의 최우선
정책목표인 미산업의 경쟁력회복을 위해서는 국내정책은 물론 통상정책까지
동원,전력투구할 것이라는 경제전쟁시대의 임전무퇴정신이 미행정부내에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도 이제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과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거들고있다. 미관리들이 흔히
얘기하는 10억달러수출에 2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는 논리가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같은 수출부국론은 외국시장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으로
이어진다.

외국의 무역장벽으로 미국의 수출이 제한을 받게되고 수출부진은 결국
미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단순논리가 통상정책을 지배하게 된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아래 각국의 경제규모나 경제력의 차이는 인정하지않고
미국과 똑같은 위치에서 무역을 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19세기에 국내경제의 모순을 해외식민지약탈로 해결하려고 했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 일면 작용하고 있다. 국내경제의 어려움이
외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인식아래 이를 외부에서 해결하려는 일면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세계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래도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산업경쟁력이 하루아침에 회복될 것도 아니고 미행정부의 저변에 흐르는
기본인식이 쉽게 바뀌지도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난 87년이래 감소추세에서 지난해중 증가세로
반전,통상정책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상무부에서
발표한 무역적자수치를 놓고 미키 캔터미무역대표가 이례적으로
"클린턴행정부가 왜 경제에 신경을 쓰고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공식성명을 낸것은 무역불균형이 미통상정책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줄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중 무역적자는 91년보다 29%가 늘어난
8백34억달러에 달했다.

가장많은 대미무역흑자를 낸 일본이 미통상정책의 제1차목표가 되고
제2위의 대미무역흑자국인 중국이 제2차목표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또한
만만치 않은 시장개방압력을 받을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유럽의 경제가 올해 침체를 보일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장개방압력에도 불구하고 수입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데다 중국은 아직 미국내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시장으로 평가,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클린턴대통령이 발표한 종합경제개혁안에는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 인상이 포함돼있어 기업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미행정부는 돈안드는 통상정책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사이에 일어나는 통상마찰을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간주,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정책변화에 대응하는데는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것이 최우선 과제다.
경쟁력강화만이 시장개방에 대비하는 길이고 수출을 늘리는 길이다.
미행정부가 국내외의 반발을 무릅쓰고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으로
나아가는것이 미산업의 경쟁력강화에 있다는 사실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민관통상외교를 강화한다는 것등은
지엽적인 대응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