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의 산고끝에 17일 모습을 드러낸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용은 새정부의 상징인 "개혁"에 무게를 실은 인선으로 풀이된다.

비서실장에 야권출신의 박관용의원을 기용한 것과 수석참모진용 가운데
핵이라할수있는 정무 경제 외교안보 공보수석등에 오랫동안 국외자의
입장에서 현실정치와 정책을 평가해온 개혁적인 인사들이 기용됐다.

오랜 측근과 자문그룹인사들을 대거 발탁한데 대해 국정운영경험
미흡이라는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김차기대통령은 확실히 믿고 맡길수
있는 개혁 지향적 측면에 비중을 둔것 같다.

집권초기에 금융실명제실시,불건전한 금융관행시정등 경제개혁을
밀어붙이고 부정부패 척결등을 중점 추진하려면 청와대를 개혁드라이브의
산실로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모시기만
잘하는"행정경험자들보다는 직언을 할수있는 인사들이 더 필요한것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특히 박의원의 비서실장 기용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있다.

박의원의 경우 민주계출신으로 부단히 개혁을 주장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차기정부의 개혁정책에 깊이 가담해왔기때문에 그의
기용의 의미가 개혁추진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박의원은 과거 민한당 신민당 통일민주당을 거치면서 합리적 개혁세력으로
평가를 받아왔고 3당합당후 민자당에서도 국가보안법개정등 과감한 개혁을
주장해왔다.

그는 또 대선이 끝난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기부와 청와대
기능조정,부정방지위원회구성문제등에 깊숙이 간여해왔다.

박의원이 국회에 몇안되는 남북문제전문가라는 점도 비서실장 발탁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통일특위위원장과 남북국회회담 우리측 대표로 남북문제에 명료한
이론을 갖췄고 김차기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온 그는
정치적 뿌리가 민주당 이기택대표의 직계라는 장점도 갖고있다.

이밖에도 김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는 경제수석등 수석진 기용 배경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박재윤경제수석은 대선전 이미 서울대를 떠나 김차기대통령의
신경제노선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YS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한
한이헌보좌역과 서상목민자당정책조정실장등에 비해 훨씬 더 개혁적
인사라는 평을 들어왔다.

금융실명제 실시론자면서 경제부처조직개편 금융산업개편등을 주장해온
그를 발탁한 것은 국정운영 제1의 과제를 경제회생에 두고있는 YS가
경제개혁쪽에 큰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이해되고있다.

김차기대통령이 또 그동안 자신의 자문기관으로 노출을 꺼려했던
임팩트코리아의 전병민씨를 신설된 정책수석에 전격 기용한 점도 그의
강력한 개혁의지를 엿볼수있게 하는 대목이다.

주돈식정무수석은 언론논조를 통해 끊임없이 개혁 불가피론을 펴왔고
개인적으로도 김차기대통령에게 사회개혁을 건의해온 인물이다.

정종욱교수의 외교안보수석 발탁과 이경재공보수석기용도 같은 맥락으로
인식된다.

김영수민정수석의 경우는 김차기대통령과 무연고이면서도 당의
정세분석위원장으로 YS에게 정례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그의 날카로운
판단력이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페지되는 사정수석의 역할을 겸하게될 것으로 예상되는 김수석은
검찰출신에다 안기부차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고
개혁의지도 강하다는 평이다.

YS는 김수석을 통해 경제활력회복에 걸림돌이 되고있는 각종 제도나
관행상의 부조리및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피력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호실규모를 축소하면서 정규사관학교출신도 아니고 육군도 아닌
해병대대위출신의 박상범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차장을 경호실장에
기용한것은 명실상부한 문민정부를 만들겠다는 김차기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김차기대통령이 이번 인선을 통해 청와대쪽에 강력한 개혁팀을
포진시킴으로써 행정부쪽은 개혁적 인사보다는 덕망가형이나 실무형을 많이
기용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있다.

또 이번 인선을 통해 YS는 가급적 5.6공세력을 배제하되 구인물을
기용하더라도 때가 덜 묻은 인사들로 행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사인을
보냈다고 볼수있다.

<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