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정부가 1일 EC의 정부조달규정에 대해 취한 무역보복조치는
클린턴행정부의 강경한 통상정책이 그대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지난주
발표된 수입철강에 대한 고율의 덤핑예비판정에 이어 미.EC간의 무역분쟁을
일으키고있다.

클린턴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문제를 둘러싼 국제무역마찰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있는 것이다.

유럽공동체는 미국의 무역보복조치 발표가 나오자 즉각 성명을 발표,이를
미국의 일방적인 위협행위로 간주하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EC외무장관회담을 통해 지난주 발표된 철강덤핑에 이어 이문제를 집중
거론,미국에 보복조치를 취하는등의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온브리탄 대외경제담당집행위원은 미국도 "바이 아메리칸"법을 시행하고
있는 마당에 역외국에 차별적인 대우를 취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이번조치를
취한것은 미국이나 유럽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행정부의 이번조치는 지난번 철강덤핑판정때와 달리 몇가지 점에서
새로운 통상정책의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첫째는 이번조치가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사실상 클린턴정권의 첫번째
통상정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통상정책이 강경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있다. 지난번 철강덤핑판정은 예비판정으로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결정에서 미국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정부조달협정에서 탈퇴를 고려할 정도의 논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이 다자간협정보다 쌍무협정이나
공세적 일방주의로 나아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슈퍼301조등 공세적 일방주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행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둘째는 이번 결정이 신설된 국가경제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관련부처의
협의를 거쳐 나왔다는 점이다. 통상정책의 결정에 있어 미무역대표부가
독주하고 있다고 그동안 비판의 소리가 높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주요통상정책의 결정은 국가경제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각부처의 입장이 해당 관련업계의 입김에 의해
상당히 좌우된다는데 있다. 클린턴정부의 출범과 함께 고조되고 있는
미업계의 정부에 대한 보호요청이 통상정책에서도 그대로 반영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국가경제위원회가 경제정책에 관한 각부처의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궁극적으로는 미산업보호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통상정책이 보호주의로 흐를 가능성은 과거보다 훨씬 높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실제 이번조치가 나오기까지에는 유럽시장에 대한 제재조치를 요구하는
AT&T 제너럴 일렉트릭등 미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셋째는 이번조치가 예상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취해져 시장개방에 대한
클린턴행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는 이번조치를 발표하면서 미행정부는 시장개방과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권리가 정당하게 취급받는데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럽에 대한 무역보복조치는 부시정권에서도 수차례 강조됐지만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협상을 시도할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돌았었다. 유럽도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시간을 갖고 협상이
이뤄질것으로 기대했다. 클린턴행정부가 과거정권이 다룬 문제를 협상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을것이라는 낙관론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클린턴행정부의 신속한 보복조치발표로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의 이러한 단호한 조치가 실제 실행에 옮겨지는 사태가
벌어질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말 미.EC간 오일시드를 놓고 무역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타결된 경우를 들어 이번에도 마지막 순간에는 양자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미국이 이번에 취한 강경한 조치 역시 오일시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럽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고도의 협상수단이 될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강덤핑판정으로 세계각국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비난하고 있고
미국의 공세적인 통상정책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것이라는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레온 브리탄경과 미키 캔터미무역대표가 만나는 오는 11일의 회담에서
이문제가 어떻게 거론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것도 양자간 입장이
클린턴정권출범으로 부시정권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