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클린턴행정부가 불공정국가에 대해 "슈퍼301조"를 부활해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철강 반도체등 우리의 주력상품이
잇따라 반덤핑판정에 휘말리는등 관련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새로 임명된 미행정부의 통상담당자들이 지적소유권 금융시장개방
쌀시장개방등 양국간 통상현안을 중심으로 강력한 통상압력을 가해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기획원등 관계당국은 클린턴행정부의 출범초기부터 한국이
불공정무역국가라는 이미지가 심어질 경우 앞으로의 통상협상이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위해 실무차원의 통상협상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부당한
수입규제등에 대해서는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등 국제기구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키로 했다.

상품수입규제
지난 연말을 전후해 우리나라의 수출주력상품에 대한 반덤핑제소와
상계관세부과등이 잇따라 한미간 통상관계가 극도로 악화돼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에는 최고87.4%라는 상상을 넘는 고율로 덤핑마진율을
예비판정했고 철강판재류에 대한 상계관세부과때는 시중실세금리와
정책금리간의 차이까지 보조금으로 간주,새로운 쟁점으로 부상돼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고위관계자를 미국에 파견,설득을 시도했으나 미측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철강의 경우 미측은 지난해11월30일 한국산 판재류에 대해 최고 5.5%의
상계관세를 이미 예비판정해 놓고 있다. 이번 상계관세 판정은
보조금대상을 미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 때문에 이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광양항건설에 투자한 재정지출과 철강업체에 대한
항만사용료 면제조치를 보조금으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연18~19%
수준인 시중실세금리와 6~14%인 정책자금및 외화대출금리간의
차이(5~12%)까지 보조금에 포함시켰다.

정부와 업계는 미측이 주장하는 시중실세금리는 단기성사채금리로
철강산업에 투입되는 장기투자금리와는 비교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설득하고 있으나 미측은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미측은 앞으로도
금리차이를 문제삼아 다른 품목에 까지 확대적용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 반덤핑마진율 예비판정까지 겹쳐 한국산
철강제품은 미국시장에서 사실상 경쟁력을 잃을 위기를 맞게됐다.

반도체에 대한 덤핑예비판정에서 나타난 미측의 자세도 강경일변도이다.
최고 87.4%의 마진율을 부과하면서 국내제소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완전히
무시했으며 미측 제소자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오는 3월15일로 반도체에 대한 상무부의 최종판정이 잡혀있는 점을
감안,정부가 협상에 나서기도 했으나 미측은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종판정에서 덤핑마진율을 낮추는 것보다 차제에 덤핑조사중지협정(SA)을
맺어 업계가 자발적으로 수출가격과 물량을 조절하는 한편으로 정부차원의
반도체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시했으나 미국내 반도체업계의 반대를 이유로
협상을 유보시키고 말았다.

정부는 미측의 이같은 자세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클린턴행정부가 이미 자국산업보호우선을 분명히 한데다 미국내 업계까지
무차별 제소움직임을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가중되고있는 또다른 분야는
지적재산권(IPR)보호문제.

미국은 지난14,15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IPR비공식회의에서
우리정부의 지적재산권보호시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우리나라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오는 3월 의회에
제출할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를 작성할때까지 우리정부가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해 강도높은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것이다.

특히 미국은 음반 콤팩트디스크 비디오테이프 컴퓨터소프트웨어등의
불법복제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강력한 단속을요구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외국인의 유선방송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외국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30%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를 시정하도록
촉구했다. 그런가하면 상표를 위조한 신발이 전세계 50여개국에
불법유통된 사실을 지적,위조상품의 수출입단속이나 상표등록제도도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측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경우 우리나라는 작년에
WL(감시대상국)에서 PWL(우선감시대상국)로 격상된데 이어 올해는 PFC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PFC로 지정되면 미국은 60일이내에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침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6개월내에 쌍무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만일 협정체결에
실패할경우 미국은 슈퍼301조에 의거,우리의 대미수출상품에 대해
추정피해액에 상응하는 무차별 보복관세를 물리게돼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큰타격을 받게된다.

기 타
미국은 또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있다.

예컨대 오는 3~4월께 확정발표할 3단계 금융자율화및 개방계획안에서
미국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요구하고 있는상황이다. 특히 작년초에
발표한 1,2단계 개방계획은 기본적인 시장접근분야를 다룬데 비해 3단계
개방안은 금리자유화 여신관리제도개편은 물론 상업차관도입등 자본시장의
완전개방내용이 담긴다는 점에서 더욱 눈독을 들이고있다.

구체적인 미측의 요구내용은 <>외국기업의 상업차관도입을 허용하고
<>연지급(외상)수입의 허용기간과 대상품목을 확대하고<>외국은행의
원화자금조달폭을 넓혀달라는 것등이다.

한마디로 외국은행이 국내에서 원활한 활동을 할수 있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금융거래상 불편을 없애라는 주문이다.

또 오는 2월중 열릴 한미쇠고기협상도 만만치 않은 분야이다. 일단은
97년까지 개방하거나 GATT규정에 일치시키도록 양국간에 합의했으나
미국측은 현행관세(20%)대로 개방하라는 주장인데 비해 우리는
UR(우루과이라운드)타결과 함께 GATT규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통관과 외국인투자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규격을 바꿀때는
일정기간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한미기업환경개선방안(PEI)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여부 점검회의가 3월중 개최될 예정이어서 이행상황에 따라
통상압력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