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3일 대우조선이 인도국영석유개발공사(ONGC)로부터 수주했다고
발표한 1억5천만달러규모의 해양플랜트사업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업계에 파문이 일고있다.

이 해양플랜트는 해수를 처리,대륙붕에 압력을 넣어 가스와 기름생산을
촉진시키는 해수처리플랜트(인도명 SHW)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7월20일에 있었던 국제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이
최저가인 1억4천9백80만달러에 응찰,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던 이
플랜트를 ONGC가 두번째 저가응찰업체인 대우조선과 현대입찰가격으로
LI(의향서)를 교환하면서 비롯됐다.

이에대해 현대는 대우의 행위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라고 볼수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있다. ONGC와 협상중인 업체가 같은 국내업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어떻게 당초 응찰했던 1억7천6백만달러에서
15%(2천6백20만달러)를 깎아준다며 뛰어들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손해를 감수하고 들어왔을것이라고 현대는 주장하고 있다.

현대는 대우의 이같은 "질서문란행위"를 사전에 제지하지 못한 상공부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있다. 대외무역법에 따라 조정명령권을
발동,대우를 "응징"해야할 상공부가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당초부터 현대가 정상가이하로 낮게 응찰했기때문에
출혈경쟁을 시작한것은 오히려 현대쪽이라고 반박한다. 따라서 현대의
가격수준으로 깎아준것은 전혀 문제가 될수없다고 강조한다.

또 상공부는 법규정상 이번 경우는 대외무역법관련규정에 따른
조정명령권발동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외무역관리규정7-2-1조2항은 수주계획의 신고수리를 받은 자가 응찰결과
최저응찰로 판명된 경우로서 타경쟁업체에서 가격인하등 최저응찰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우려가 있을 경우 상공부장관은 수출입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정명령을 내릴수 있다고 돼있는데 이번의 경우 대우가
최저가 응찰업체인 현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명령대상이 되지않는다는게 상공부의 해석이다.

그러나 현대는 정상가이하로 응찰했다는 대우의 주장에대해 자사가 오랜
해양설비경험에다 설계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고부가가치를 얻을수 있는
해양설비의 마지막 설치공사까지 직접해낼수 있어서 1억4천9백80만달러에도
상당한 이익을 낼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우의 경우 5천6백만달러에
해당하는 설치공사를 외국전문기업에 하청을 주게돼 부담이 클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는 또 상공부가 조정명령발동대상이 되지않는다고한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처음부터 애를 써서 최저가응찰업체가 될 필요가 없다.
공사경험이 많은 현대는 앞으로 대우등 국내업체가 최저가로 응찰한
국제입찰에서 뒤늦게 뛰어들어 같은 가격으로 얼마든지 공사를 따내도
좋단말이냐"며 이의를 제기한다.

이번 두업체간 힘겨루기는 인도현지에서도 상당한 파문을 낳고 있다.
인도의 현지언론(옵서버지)은 연일 기사와 사설등을 통해 <>국제입찰관례가
깨진 이유<>현대가 막바지에 ONGC의 조건을 전부 수용한데다 추가로
공사가격을 5백만달러 더 깎아 1억4천4백80만달러로 제시했음에도 결국
대우에 넘긴점 <>현대의 한국수출입은행 연불금융조건이 공사금액의 85%로
70%를 제시한 대우보다는 나은데 탈락시킨점등을 집중추궁하고 있다.

이와관련,대우는 자사가 일부러 가격을 치고 들어간것이 아니고 ONGC가
현대의 가격을 맞출수 있느냐고 두차례에 걸쳐 참여를 요청해와 나선것이지
고의는 아니라고 응수한다.

현대는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ONGC공사는 통상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발주해야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 과정을 생략했고 현재
이문제가 총리실까지 보고돼있어 결과가 뒤집어질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가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대우가 최종수주를 따낼것으로 보는게 지배적 견해다. LI가 수주로 이어질
확률은 통상50%선이라는 조선부문보다 해양부문이 훨씬 높기때문이다.

다만 현대가 지금 아쉬워하는것은 인도ONGC사업의 전문가인
안충승해양부문부사장이 부산도청사건으로 수배돼 제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80년대초부터 ONGC사업수주를 위해 인도에 살다시피한
이분야 전문가로 지난해만해도 10억달러어치의 ONGC공사를 수주해낸
인물이다. 현대는 그가 있었다면 이번에도 틀림없이 공사를 따냈을것으로
믿고있다.

국제입찰에서 대기업간 수주경쟁은 치열할수 밖에 없다. 덩치큰 조선
해양산업설비분야의 경쟁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본기업들은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스스로 막후협상으로 어려움을 타개해 자사이익을
보호하고 국익손실을 최대한 줄인다. 그런점이 아쉬운것이다.

<김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