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자율화 맞게 책임경영을
금융인 자질향상 촉구도

재무부와 금융기관간의 신년간담회가 15일 은행단을 필두로 시작됐다.
16일 증권및 투신사,18일 보험사,19일 단자및 종금사,20일 신용금고까지
계속되는 이번 간담회는 연초에 있어왔던 재무장관의 금융기관순시를 대
신하는 자리로 재무부의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장관이 당부사항을 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용만장관은 이날 오전 대한상의에서 은행단과 첫번째 간담회를 갖고
정권말기를 의식한 탓인지 하고싶은 말들을 비교적 솔직하고 과감하게
했다는 평이다.

그는 얘기도중 "재무장관으로서 은행장들을 보는 마지막 자리인것같다"
면서 고별사를 전하는듯 금융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조목 조목 나열했다.

하이라이트는 은행의 중소기업정책자금에 대한 "꺾기"사례적시. 재무부는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주기위해 꺾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수차례 해왔으나 이날 이장관은 개별은행의 꺾기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참석한 은행장들마저도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나열한 은행의
꺾기사례는 작년에 감사원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나름대로 조사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에 대한 꺾기실태로 알려졌다. 그는 이통계를
인용,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상업은행과 동화은행은 무려
1백30%,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은 61%,국민은행은 56%를 꺾었다고 말했다.

재무부실무자들조차 이통계의 근거를 제대로 대지못하고 꺾기비율이
1백%를 넘기도 했다는데 대해 일부은행장들이 "그럴수가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아무튼 이장관은 꺾기근절을 강한 톤으로 지시했다.
금융계관계자는 "이장관이 단자회사 사장(중앙투금)과 은행장(외환.신한
은행)을 거치면서 금융기관의 꺾기실상을 속속들이 알고있어 떠나는
마당에 그 폐해를 재차 강조한것같다"고 말했다.

경영합리화도 은행들이 말만 앞세우지 말고 "진지하게"나설것을 거듭
당부,눈길을 끌었다.

이장관은 일부 은행들이 자회사를 많이 세우고있는것과 관련,이를
인사적체해소창구로 삼지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회사를 많이 세우다보면
당초 의도와는 달리 경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오히려 병이 될수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인의 자질향상을 거론한것도 주목거리. 그는 은행장들에게 금융인의
자질문제를 꺼낸다는게 미안하다고 전제하고 각종 금융사고를 접할때
금융인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사고관련)을 가질수 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며 자질향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그는 금융자율화에
상응하는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야한다며 무사안일한 경영인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융이 실물경제에 기여한 것은 망각지대로 사라지고 잘못한
부분만 들춰내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며 금융기관의 어려운 입지를
은행장들이 인식해줄것도 당부했다. 특히 공공성측면에서 금융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부분에서 꺾기폐해를 다시한번 강조하고
"웃분에게 얼굴을 들고 해명할수도 없고 어떤 이유로도 변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호지급보증개선문제와 관련,은행의 책임도 지적했다. 이장관은
은행들이 여신금액의 2~3배에 달하는 과도한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상호 지보를 늘리는 요인의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임금안정을 선도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올해 정부투자기관의
임금인상률이 총액기준 3%로 정해진만큼 은행들도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인상률을 이에 맞추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기업의 임금안정에
은행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은행감독원장시절
생산성향상보다 높게 임금을 올린 기업에는 여신을 특별관리하라고
은행들에 지시,노동단체들로부터 항의도 받았지만 거래기업이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은행도 피해를 입기때문에 기업의
임금안정에 은행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장관이 이날 간담회에서 꺾기를 비롯한 불건전한 금융관행의 개선문제를
비롯 경영전반에 관해 강도높게 얘기한것은 은행이 거듭 태어나기를
촉구하는 퇴임사를 듣는것 같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편 간담회말미에 정춘택은행연합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금융산업개편작업을 계기로 은행의 업무영역이 넓혀져야한다며 은행장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금융산업개편을 둘러싼 금융기관간의 영역다툼이
치열함을 시사했다. 정회장은 "증권 보험사들이 영역을 넓히기위해
노력하고있어 은행영역이 좁아질수 있다"고 지적하고 "은행이 제목소리를
내기위해 관련자료를 낼때 은행장들이 직접 챙기는 열의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각 금융기관들이 영역을 넓히면 나라전체로 플러스가
될수있다며 은행도 뒤처지지않기를 요청했다. 정회장은 또 은행들이
정책자금까지 꺾기를 한다는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은행장들은
지점장회의등을 통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명호은행감독원장과 조순한은총재를 대신한
이우영부총재,14개시중은행장,9개특수은행장,10개지방은행장등 39명이
참석했다.

[면 종] 3면 종합해설
[저 자] 고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