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석유화학업계의 나프타가격산정방식변경요구를 받아들여
국내공급가격을 내릴것인가.

극동정유가 대림산업의 요구조건을 전격 수용키로 결정,나프타가격산정
방식변경을 둘러싼 두 업계간 지루한 대치상황에 변화가 일고있다.

극동정유는 <>대림산업의 요구를 수용하되 우선 잠정가격으로 거래하고
<>다른 정유사와 합의되는대로 가격을 1월1일로 소급,정산해준다는
내용으로 대림측과 합의했다.

극동은 이번 합의에서 대금결제기간을 60일에서 45일로 변경한것을
제외하고는 대림측요구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림은 당초 계약갱신조건으로 <>석유류가격체계에 맞춰 나프타를
무게에서 부피단위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제비중인 0.69를
적용<>연안수송운임을 정유사가 부담<>1.9%인 수입부대비용부담을
면제<>대금결제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연장<>환율적용기준을
현찰매도율에서 전신환매도율로 변경해주도록 요구했었다.

이같은 대림측의 요구를 극동정유가 받아들였다는것은
나프타가격산정방식을 놓고 지난6개월여동안 벌여온 힘겨루기싸움에서
공급자인 정유사가 먼저 백기를 들고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석유화학업계가 국내가격을 국제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릴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합의조건을 전제로할 경우 당 11달러상당의 가격인하효과가
발생,국내가격이 국제현물가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할수 있을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있다.

대림은 이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월20만배럴상당의 나프타를 구매하기로
극동측과 계약을 맺었다.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나프타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수 있게된것이다.

대림은 정유사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않자 구매계약갱신을
포기,새해들어 재고와 수입분만으로 나프타분해공장(NCC)을 가동해왔었다.

극동은 하루 4천~5천배럴의 나프타를 공급하고있는 삼성종합화학에도
대림과 같은조건을 적용키로 한것으로 알려졌다.

극동의 전격적인 요구조건수용결정에도 불구,다른정유사들이 아직
종전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국산나프타구매계약갱신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국내최대의 나프타공급업체인 호남정유의 경우 국내유가가
조정되기전에는 석유화학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보다 높게 반영돼 석유화학업계에 당 4.5달러정도의 부담을 주는
"비중"은 시정하겠지만 다른 요구는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하고있다.

또 일부 정유사는 나프타거래시 프리미엄이 일반화돼있다며 당 4~8달러를
프리미엄명목으로 추가요구하고 있기도하다.

석유류제품의 평균판매복합단가산정과정에서 나프타가격이 이에
반영돼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내리면 정유쪽만 일방적으로 손실을
보게된다는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석유화학업계는 공급과잉에다 경기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가보다 당10달러이상 비싼 국산나프타를 구매할수는 없다고
맞서고있다.

국제현물시장에서 당 1백75~1백80달러에 사들여 올수 있는데 어떻게
1백95달러짜리 국산을 쓸수있느냐는 주장이다.

H사는 실제로 현물시장에서 당 1백79.5달러에 2월분 수요량의 상당부분을
확보한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호남석유화학등 대수요업체들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경우 절대로 국산을 사용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극동을 제외한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업계의 이같은 견해차이로 인해
당분간은 국산나프타 수급에 숨통이 트이기가 어려울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국산을 헐값에 수출하고 산유국산등을 수입해다 쓰는등
나프타수급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현기준가격에 비해 당 6달러이상 내려야한다면 오히려
수출쪽이 유리하다며 수출로 나프타를 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석유화학업계 역시 3월말까지 필요한 물량을 국제현물시장에서
확보,장기전태세를 굳히고 있다.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극동이 전선을 "이탈"했지만 나머지 정유사들의
공동전선이 쉽게 무너지지않을 조짐이고 석유화학업계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어 상황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울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저 자] 김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