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예측은 어떤 입장에서 전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는
국내외동향과 예상되는 여건변화를 고려해서 중립적으로 예측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에 정부가 취해야 할,혹은 취할것이 확실시되는
대응정책의 효과까지를 감안해서 다분히 주관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예측을
하는 경우이다.

지난 21일 한은이 발표한 "93년 경제전망과 정책방향",그리고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93년 분기별 경제전망"은 모두 첫번째
경우에 가깝고,정부가 내주초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경제운용계획은
두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예측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어쨌든 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앙은행과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의 예측은 어차피 정부쪽 예측에 영향을 줄게 분명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의 운용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정책수단들을 동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은과 KDI의 경제예측은 건축에서 기초이자
주춧돌과 같다고 할수 있다. 기초가 정확하고 믿음직해야 함은 더말할
나위가없다.

그런데 KDI의 내년 경제전망은 아무래도 실제보다 희망적이고 안이한
느낌이든다. 실질성장률을 6.4%로 내다본 점이나 두자리수(10. 1%)의
수출증가율과 5%의 설비투자증가율을 예상한 것등은 모두 미국을 중심한
세계경제의 회복기대와 오늘의 한국경제현실진단이 실제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또다시 크게 빗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KDI보다 다소 보수적이지만 한은전망도 기본적으로는 같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실물경제계가 보는 것처럼 심각한 불황이라거나 혹은
위기의식을 갖고 관찰하지 않는다. 안정화와 구조조정 과정속의 진통 내지
일시적 후퇴로 보고 있으며 내년에는 서서히나마 회복될 것으로 본다.

많은 두뇌들이 고도의 전문적 기법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내놓았을
경제예측내용을 두고 정확성여부를 논하는건 적절치 않다. 또 어찌보면
무의미하다. 으레 예측은 다양하고 적중률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니까.

그러나 현실진단과 장래예측을 실제보다 안이하게할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정책을 제때에 실행하지 못함으로써 경제를 더 큰 어려움,회복하기
어려운 경지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 민간연구소와 심지어 산은마저도
설비투자감소를 우려하는데 무슨 근거로 증가되고 수출도 는다고보는건지
분명치 않다. 차마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멀리 빗나가버린 1년전의
92년 경제예측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지않을까 두렵다.

경제는 말뿐인 대책이나 행동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의욕 또는
구호만으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