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중견그룹회장님들께서 부장급으로 강등(?)되는 진기한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회장이 스스로 직급을 낮춰 부장직을 맡아나서고 있다는 것.

이는 중견기업들이 그동안 취약했던 특정부문을 급신장시키기 위한
경영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박헌진 대정기계회장은 대정기계를 비롯 극동운반기계 대정건영등
3개중견기업을 거느린 회장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스스로 부장직을 맡았다.

그가맡은 직책은 AS(애프터서비스)부장.

박회장이 부장직을 맡게된것은 최근 경쟁사가 애프터서비스분야에서
사고를 낸데 영향을 받아서다.

현재 대정기계의 주생산품목은 건축용 리프트인 호이스트카.

이 장비는 애프터서비스가 부실할 경우 빌딩건설공사장에서 추락등 사고를
내기 쉽다.

특히 올들어 호이스트카 공급에 과당경쟁이 일면서 신설업체들의 제품이
신도시건설현장에서 자주 사고를 내자 박회장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스스로 AS부장직을 맡아 건설현장을 찾아나선것.

그는 요즘 골프약속도 뒤로 미룬채 헬멧을 쓰고 건설현장에 뛰어들었다.
이와함께 AS부의 인원과 장비도 보강했다. 10명이던 AS요원을 30명으로
늘린것이다.

전국을 10개지역으로 나누어 각지역에 차량1대와 3명의 AS요원을
배치,수요자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달려가도록 했다.

이같은 회장의 부장 강등으로 AS반장들은 결재단계가 전보다 훨씬 단축돼
일이 한결 쉬워졌다. 이사및 전무이사의 결재를 받지않고서도 예산을
집행하거나 차량파견등 행동을 취할수 있게 된것이다.

광림기계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이 회사의 윤창의사장은 광림특장차
광림정밀 광림히아브 광림산업등 5개회사를 거느린 회장급이다.

그럼에도 그는 회장이라고 불리기를 꺼린다.

더욱 사장이라는 명칭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윤사장은 대외적으로 "광림연구소 소장"이라는 명칭을 쓴다.

그가 회장이나 사장이란 명칭을 쓰기보다 "소장"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연구개발분야에 온힘을 쏟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인
듯하다.

광림기계의 청원공장에 가보면 대부분 여구소의 크기에 먼저 놀라게된다.
사무실보다 연구소가 더크다. 행정인원은 20여명인데 비해 연구요원은
40여명에 이른다.

회장이 소장이기를 자처한 덕분에 이회사 역시 연구요원들은
중간행정단계를 거치지않고 직접 회장과 애로기술사항등을 토의한다.

광림이 유압기계및 특장차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술수준에 올라서게된 것은
윤사장이 소장으로 강등한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같다.

중소기업 컨설팅회사인 한국경제정책원은 원장이 스스로 실장으로 격하한
경우다.

이회사의 원장에게 전화를 걸면 "상담실장입니다"라고 응답한다.

이회사는 출판사업 세미나사업 연구조사사업등은 중간관리자들이
맡고있으나 상담실만큼은 원장이 직접맡는다.

그만큼 상담분야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인 것이다.

(주)알리막은 회장이 마케팅부장을 맡고있으며 혜천실업은 회장이
수출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치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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