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이 3. 1%로 뚝 떨어진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치이다. 그동안 여러 보도를 통해 3.4분기 GNP성장률이 5%내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와 우리는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었다. 즉 1.4분기
7. 4%,2.4분기 5. 9%성장률이 3.4분기엔 5%내외로 떨어지면 이는
한국경제의 하강곡선이라고 우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뚜껑을
열고보니 3. 1%로 나타나 너무도 어이없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9월7일 경제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상반기 실적과 비슷한 6. 5~7%로 전망했다. KDI는 이보다
다소 높게 7. 1%가 될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무슨 비상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경제전망이 이렇게 빗나갈수 있는것인가. 물론 4.4분기를
남겨놓고는 있지만 마지막 분기의 성장률이 어느정도 회복된다 해도
전망치가 터무니 없이 어긋나기는 매일반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무엇을
했으며 관변기관들은 무엇을 연구하는 곳이냐는 의문을 제기해도 할말이
없을것이다. 경제전망은 어차피 오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큰 폭으로
틀리면 경제분석이 점장이만도 못하다는 세간의 비판을 모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GNP의 세부적 내용에 대한 논평보다도 전망자체의
대착오를 중시하는 것은 경제현실에 대한 그릇된 진단이 3.4분기의 3.
1%라는 성장률곤두박질을 몰고오는데 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책당국과 관변기관에선 그동안 몇몇 거시적 지표의 호전을 자신들이
내세운 정책이 바람직한 현상으로 나탄난 것이라고 옹호했다. 거기에는
물가안정 국제수지호전등 수긍할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의 비명소리를 산업구조조정 현상이라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실책이 아닐수 없다. 산업기반심하를 못본체 하는 것은 안정화시책과는
별개의 문제다. 뒤로 미끄러지는 바퀴를 제동하지 않으면 수레의 하강은
가속화 될수밖에 없다.

당국은 성장둔화의 요인으로 <>지금까지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온
성장동인의 약화 <>기술적 락후및 기술보호주의 <>3D현상등 근로윤리퇴색
<>민간의 창의와 자율제약등 구조적 요인과 <>거품해소에 따른 내수위축
<>건설투자둔화 <>중화학 대형투자마감에 따른 설비투자 둔화
<>과소비억제등 순환적 요인을 들고 있다. 모두 타당한 분석인데
총체적으로 산업이 침체되고 있음을 읽지못한 자신들의 실책을 자인하고
있지 않는것이 큰 탈이다.

3.4분기 GNP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투자의욕의 냉각이다. 설비투자는
작년 12. 8%증가에서 올해 1.4분기에는 8. 6%,2.4분기 4. 3%증가로
둔화됐으며 이것이 3.4분기에는 마이너스 3. 2%로 급락했다.
기계류투자도 작년 14. 5%증가에서 올해 들어선 계속 둔화되다 3.4분기엔
마이너스 6. 4%로 떨어졌다. 이같은 투자의욕감퇴가 바로 한국경제의
내일을 어둡게 하는 요소이다. 일시적 물가안정이나 국제수지개선이 결코
위안이 될수 없다.

수출이 화학제품 선박 자동차등 중화학제품중심으로 11%의 증가세를
보인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수출에서도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재고처리적
적자수출을 한것이 끼여있을수 있고 투자가 부진한 마당에 수출이 계속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일시적 통계를 가지고 말할수는 없지만 11월들어서
21일까지 수출증가율이 3. 3%로 급격히 떨어진 것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연초부터 제조업 경쟁력강화는 우리경제의 최대과제라고 강조되었다.
그리고 몇차례나 그에 대한 각종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3.4분기
제조업성장률은 작년동기 6. 4%의 절반인 3. 2%에 머물렀다. 이를
내수둔화와 재고조정의 영향이라고 풀이한다. 물론 그같은 순환적 요인을
부인할수 없지만 제조업경쟁력이 실제로 강화되는 과정에 있다면 문제는
해소될수 있다. 그런데 경쟁력강화를 위한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려할 사항이다.

3.4분기 GNP 실태를 심각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는 물론
정부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 근로자등 모든 경제주체에
골고루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다른 요인들에 책임을 전가시키고
자신들의 실책은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제 전체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진다.
정부의 존재의미가 퇴색된다. 책임있는 향도가 없으면 경제는 우왕좌왕
할수밖에 없다.

오일쇼크 후유증으로 저성장에 머물렀던 81년 2.4분기이후 11년만의
최저성장,정책당국은 우선 이같은 경제현실에 대한 진단을 바로잡아야
한다. 왜 경제 최전방에 있는 업계의 말을 겸허하게 듣지 않고 책상에서
우기기만 하는가. 정부와 재계가 경제현실에 대해 공동인식을 하는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