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권 서울대명예교수(72)는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근간을 다져놓은
학자로 꼽힌다. 60년대중반이후 세제발전심의회등을 통해 정부조세정책의
자문역할을 계속해왔고 30여년이상을 조세분야연구에만 몰두해왔다.

지난해 정년퇴임으로 강단을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차교수를
한국경제학회사무실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았다.

요즈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후보들은 세금경감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 국내외경제여건도 크게 달라져 내년 새정부출범이후 대폭적인
세제개편도 불가피할것으로 전망돼 관심을 끈다.

<>... 재정학 중요성인식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차교수=정년퇴임후 지난 2월까지는 한국경제학회회장일을 보았고 금년
1학기까지 재정학강의도 맡았으나 2학기부터는 강의를 중단하고 쉬고
있습니다. 머리를 잠시 식히고 내년부터 연구활동을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어떤 연유로 재정학을 전공분야로 택하게 되었습니까.

<>차교수=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1950년 서울대상대를
졸업한뒤 56년부터 제주대에서 강의를 맡게됐습니다.

당시 제주도에 간것은 부모님의 고향인 평북 신의주에서 피난해
살고있었지요. 또 당시 제주지사가 고향분이었는데 제주대학을 설립해서
학장도 겸임하고 있었어요. 그분의 권유로 강단에 서게 된 것입니다.
대학까지만 나와서 대학강의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싶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당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경제분야에서는 경제원론이나 화폐금융론등
일반이론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내생각으론 조세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고 또 다른 학자들이 안하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을것같아
재정학을 택했습니다.

61년 서울대학으로 와서도 재정학을 강의하게됐고 "한국지방재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게됐지요.

-지방자치제 실시가 우리에게 큰 과제로 돼있습니다. 흔히
지방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지방자치제정착의 관건이라고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지방재정자립을 달성할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 지방재정 협조유지
<>차교수=현재 우리나라가 전체세수에서 투입하는 지방재정비중이 결코
작은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방세와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지방교부세나 양여금 보조금등을 모두
합친다면 세수의 절반이상이 지방사업을 위해 쓰여집니다.

그러나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때문에 지방세원을 발굴하는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 법정외 보통세도입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하고있는 보통세도입등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것은
지역이기주의 관념에서 벗어나 지역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재원이 충분한 서울등 대도시는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서 사업을 추진할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지방재정확충도
그것만을 따로 뗄수는 없고 전체조세제도와 연계해서 연구해야할
과제이지요.

-현행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상당히 선진화돼있다고 얘기들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많은 것같아요. 어떤점이 잘못돼있다고 보십니까.

<>차교수=제도자체는 근대화돼있는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운용에
있어서 내실화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종합소득세를 보면 근로소득자의 60%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면세점이 너무 높다는 얘기죠. 물론 면세점이 높을수 밖에 없는것은
정부가 할일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등 사회보장기능이 미흡하니까 세금을 깎아줄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까 정부가 해야할일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또 정부가 생색내느라 깎아주는것을 정책적으로 남용하다보니까 기형적인
세제가 돼버렸습니다.

근로소득자의 80%이상은 금액은 얼마안될지라도 세금이라는걸 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예금이자같은 금융자산소득에 대해 종합과세가 안되고 있는것도
문제이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특례자제도도 새롭게 재정비해야한다고 봅니다.
근로소득에 비해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가 철저히 안되고 있는것도 내실화
과제의 하나입니다.

-정부가 예산편성을 하면서 항상 강조하는것이 "세입내 세출"입니다.
다시말해 세금을 거둔만큼만 쓰겠다고 얘기합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것인지요. 이론적인 재정원칙은 "량출제입"으로 쓸곳을 정하고
세금매긴다고 알고있습니다만..

<>... 담세수준 너무낮아
<>차교수=물가가 불안하니까 정부지출을 늘리지않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원칙을 내세우는것은 다소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담세율수준은 너무 낮습니다. 현재
조세부담률이 GNP의 20%에도 못미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부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오히려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회간접자본부족아닙니까. 예산이 모자라
사회간접시설 건설이 안되니까 물자의 원활한 소통을 어렵게하고 물가를
뛰게 만들었습니다. 세금이 늘어나야 합니다. 대신 사회복지확충등
정부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됩니다.

세금을 더내더라도 교육의료등의 복지비부담이 줄면 마찬가지입니다. 또
세금은 돈많은 사람에게 많이 걷도록 돼있어 결과적으로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길도 됩니다. 물론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을 높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새로운 세원을 발굴한다든가 탈루세금을 제대로 징수하는 등의
방법이 우선 강구돼야 할것입니다. 조세부담률이 GNP의 30%까지는
올라가도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당들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공평과세 제일중요
<>차교수=앞서도 얘기했지만 깎아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정부가
세금을 덜 거두고 할일안하는 것과 세금을 더거둬 할일 하는것중 어느것이
정상적인 방법이고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 달콤한 얘기만 하는것은 좋은것이 못되고 또 국민들이 믿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세금을 어떻게 공평하게 과세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제도라기보다는 징세행정의 문제이고 납세도의 향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제도면에서 본다면 임시방편적인 각종 감면제도를 형평을 기할수 있도록
대폭 정비해야 합니다.

-세금얘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머리가 아픈것 같습니다. 평소에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생활신조나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어떤것입니까.

<>차교수=특별한 것은 없어요.

다만 자기가 어떤일을 하든 그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든일에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세상사람들이 누릴수 있는 모든 기회가 똑같이 주어집니다.
한우물을 파면서 성실하게 살면 반드시 사회가 거기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준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 전문가사회가 됩니다. 어느분야나
전문가가 되지못하면 만족하게 일할 수 없는 사회가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추종할수 없는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믿습니다.

-취미는 어떤것이 있습니까.

<>... 재정.세제사 체계화
<>차교수=시간이 아까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난 20여년동안
운동삼아 계속해온 등산이 취미라면 취미겠지요.

-앞으로 꼭 하시고 싶은 일은 어떤 것입니까.

<>차교수=우리나라 재정사나 세제사를 정리해서 체계화시켜보는것입니다.

지난 88년부터 경제기획원의 예산지원으로 시작된 "한국재정40년사"의
책임편집을 맡아 7권으로 출간했습니다만 미흡한 점도 많다고 봅니다. 또
지난79년에 재무부에서 발간한 "한국세제사"도 책임편집을 했습니다만
오식이 많은것 같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서 시대별로 재정변천사등을 정리해볼 작정입니다.
잘될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볼 계획입니다.

<대담=이계민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