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수입 개방에 극력 반대해 온 일본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쌀생산의 국제분업론이 그 하나다. 양질의 쌀이 사용되는 주식용으로는
일본산을 먹고 쌀가루조제품의 가공용으로는 저가의 외국산쌀을 수입해다가
먹자는 논의다. 미국 최대의 쌀생산지인 아칸소주출신인 빌 클린턴이
차기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앞으로 쌀시장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현실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 그 밑바닥에 깔려있다.

일본인들이 쌀생산의 국제분업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의 우리처럼 쌀이 남아 돌아 감산정책을 계속 추진해 오던 일본이
정부의 쌀재고가 줄어들면서 요즘 쌀부족을 우려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쌀을 원료로한 식품의 다양화와 그 수요의 증가에 원인이 있다. 근년들어
쌀가루나 쌀조제품의 수입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일본은 급기야 쌀감산정책을 완화하여 영농규모의 확대와 영농의 효율화등
쌀증산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거기에 일본산 쌀만은 일본인들의 구미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여 생산된
것이라는 자신감도 은연중 배어 있다. 일본쌀이 미국산 쌀보다
7배이상이나 비싸지만 일본인들의 기호를 바꿀수 없으리라는 계산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가격경쟁이 아닌 미각경쟁에서 이길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장립미보다는 일본의 단립미에 길들여진 일본인들의 식사습관도
무시할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쌀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물론 한국쌀도 나름의 맛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의 쌀밥
맛은 미국산 쌀밥 맛과 뚜렷하게 차별화될수 있을 정도의 특징이 없다.

그동안 벼품종개량정책이 증산에만 치중해 왔을뿐 질의 개선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쌀시장개방이라는 비상시에 대비하기위해 우리
고유의 고소한 맛과 향내가 나는 질경쟁 벼품종을 개발해 내년부터 선을
보이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유의 미각이 정착된다면 어느
외국쌀이 우리를 넘보겠는가. 개방화시대를 살아가는 유비무환의 지혜를
가다듬는 한 걸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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