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산업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헐리우드에 한 풋내기 작가가
나타난다. 브로드웨이 연극가에서 거둔 조그만 성공으로 헐리우드에
픽업된 것이다.

항상 두려운 듯한 눈빛에 소심한 그의 꿈은 허황한 이야기 대신
보통사람의 일상생활을 담은 소박한 작품을 쓰는 것.

그러나 영화사 사장은 그에게 관객들이 좋아하는 레슬링영화를 주문한다.
후덥지근한 싸구려호텔방에서 작가는 타자기에 매달린다. 실상 그는
레슬링을 본 적도 없다. 초조함속에서 마감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 "바톤 핑크"는 예술영화가 나오기 힘든 헐리우드의
생리를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핑크(존 터투로)를 둘러싼 술주정뱅이 작가와 무식하나 교활한
사업가인 영화사사장등 미영화계를 구성하는 전형적인 인물들은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맹점을 보여준다.

이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고집하는 핑크의 고집은 아름답지만 무기력해
보인다. 철저하게 대중문화의 법칙을 따라가는 사장이야말로 천박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엘과 에단 코엔 두 형제감독은 여기서부터 충격적인 인물을
끼워넣는다. 한없이 순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도발적인 살인습관을 가진
사이코킬러 찰리(존 굿맨)가 그다.

어느날 핑크는 끔찍한 살인사건에 말려든다. 자신의 옆에서 누워 자던
여자가 시체로 발견된 것. 옆방에 사는 마음씨 고운 보험외판원 찰리는
혼란에 빠진 핑크 대신 시체를 처리해 준다.

찰리가 핑크에게 조그만 상자 하나를 남기고 뉴욕으로 출장간 사이
형사들이 찾아 온다. 순간 갑자기 나타나 형사들을 처치해버린 찰리는
살인이유를 변명한다.

"사람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불쌍해서 도와준 거야"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들마저 찰리에게 살해당했음을
확인한 핑크는 시체의 머리가 들었을지도 모를 상자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다. 호텔방에 걸려 있던 사진과 똑같은 해변이다.

해학과 비애,평온과 참혹함,희망과 절망등 모든 것이 뒤죽박죽 돼 버린
현실을 떠나 핑크는 자신이 도망치고 싶던 상념의 공간으로 편입된다.
모든 의문에 답할 의무는 관객들에게 남겨 놓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