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전자 신완선사장(52)은 학창시절 유도를 했다.

특기는 오른쪽허리치기. 그의 인생은 유도를 빼놓고는 생각할수 없다.

유도경기처럼 그의 인생과 사업은 매트에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했다.

유도와의 인연으로 유도복제조회사를 만들어 세계를 제패하고 지금은
첨단부품인 PCB(인쇄회로기판)메이커로 변신,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그의 특기인 오른쪽허리치기를 PCB에 걸고있다.

지난해 매출은 30억원으로 이중 50%를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고있다.

PCB분야 후발업체로서 착실히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는 35억원,내년에는 60억원의 매출을 거둘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기술력이 자신있어서이다.

신사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손을 댄것은 지난 79년.

연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0년간 미국에서 학업(노스웨스턴대)과
사회경험을 한뒤 78년 귀국했다.

학창시절에 익힌 유도와의 인연을 새겨 유도복 태권도복등을 제조
수출하기로 했다.

미국에 있을때 일본업체들의 이 시장지배가 인상적이었던데다 대학졸업후
잠시 삼선무역이라는 회사를 차려 수출에 나선 경험도 있었던 터였다.

79년초 선양실업을 출범시켰다.

이듬해에는 현재 공장이 있는 성남공단의 합동섬유를 인수,양산체제를
갖췄다. 당시 국내에는 20여개 유도복메이커가 있었으나 수출에 무게를
두고있는 기업은 드물었다. 국내 근로자의 봉제기술과 싼임금이
수출확대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일본등 20여개국에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유도복이 수출되기 시작했다.

83년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산하단체인 국제유도연맹의 공인을
받았다.

이때부터는 특히 하루 생산능력이 1천세트를 넘어서
세계최대유도복생산업체로 부상했다.

일본기업을 물리치고 세계시장의 80%이상을 점유했다.
"베어(곰)"브랜드가 세계를 지배했다. 연간 1천만달러어치를 바쁘게
실어날랐다. 종업원도 3백명을 넘어서며 마치 곧바로 대기업이 되는듯
했다. 그러나 신사장은 근본적으로 봉제업인 유도.태권도복수출이 어느
순간 위기를 맞을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같은 생각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후발국에 추격을 받을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신사장의 국제감각이 감지해 낸것이다.

84년부터 서둘러 변신을 추진했다. 주위의 권고와 자신의 대학전공을
고려해 첨단부품산업인 PCB쪽을 택했다. 3년간의 면밀한 시장조사끝에
87년 PCB라인을 들여놓았다. 대졸사원5명과 전문대출신 기술인력12명을
신규로 뽑았다.

사업변신에 나서려면 돈이 필요한 법. 신사장은 유도복수출에서 번돈을
주저하지않고 PCB사업에 쏟아부었다. 87년부터 지금까지 50억원이상을
투자했다.

종업원들을 미국에 연수시키고 미국의 기술자들을 불러 기술지도를
받았다. 물론 "돈"이 말해주는 대목이다. "투자를 안하면 과실을 거둘수
없다"는 신념에서였다.

선양은 지금도 매년 2명이상의 외국기술자를 초청,기술지도를 받고있다.

89년 상호를 선양실업에서 선양전자로 바꿨다. 업종을 바꾸면서
종업원들의 반발이 우려됐으나 다행히 반발은 없었다. 처음 "PCB사업부"가
출발할때 유도복수출이 호황이었기에 종업원들의 동요가 없었고 이후에는
봉제업자체가 국내에서 사양산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종업원들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선양전자는 현재 70명의 종업원이 있다.

유도복을 수출할때의 5분의1수준이다.

선양전자가 업종을 바꾸는 대모험을 성공으로 이끈것은 완벽한
품질관리에서 출발한다.

신사장은 "전자업종의 살길은 품질관리에 달려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품질관리쪽에서 에드워드 데밍의 "품질이론"을 주창한다.

품질관리는 따로 품질관리요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작업자가 하는
것이라는게 데밍의 품질이론.

개개 작업자가 제품도면과 제조공정을 모르고서는 완벽한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따라 선양에는 별도의 품질관리요원이 없다. 전작업자가
품질관리요원이다.

작업시 "대충"은 용납되지 않는다. 제조공정상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이회사의 이같은 품질관리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미국의 제니스사
ITT사 EDM사 EPC사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메이커들이
주문을 내고있다.

업종을 바꾸면서 곡절도 겪었다. 지난 90년초였다. 한창 매출이
일어날때 극심한 노사분규로 6개월동안 공장이 겉돌았다. 파산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노사분규뒤끝에 노사화합이 공고해졌다. 지금은
노조가 없다. 70명이 한식구일뿐이다.

신사장은 제품생산에서 세일즈까지 모두 도맡아한다. PCB박사가
되고싶다는 일념에서다. 내년쯤에는 PCB관련 서적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니며 사장실의 의자는 삐그덕소리가 난다.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세계최고가 돼보겠다는 제조업체사장의 모범으로
보인다. "사장이 뜻이 있으면 회사는 절대로 절단나지 않습니다"그의
말속에서 하루에도 수십개씩 쓰러지는 중소업계의 현실이 안타깝게 보인다.

<남궁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