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 2차세계대전이후 국제경제는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및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서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을
추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교역이 확대되고 국제분업구조가 심화되면서
각국간 공업화의 상호파급이라는 동태적 효과를 얻게돼 세계경제는 빠른
성장을 이룰수 있었다.

그러나 이과정은 또한 각국의 불균등한 발전을 초래해 70년대초반부터
선진국간,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사이의 경제적 부조화와 마찰,대립의
심화를 가져왔다. 이는 각국의 보호주의와 맞물리면서 세계경제의
지역별블록화현상을 낳았다.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이같은 지역주의추세가 뚜렷이
나타나고있다. 아태지역광역차원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위원회)논의가
진전되고있으며 아태지역내부에서는 북미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체결,동남아시아의
ASEAN(동남아국가연합)강화,그리고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환황해경제권,환동해경제권,화남경제권등의 지역경제협조논의가
활성화되고있다. 또 동아시아지역에서의 EAEC(동아시아경제협의체)구상도
제안된바 있다.

아태지역의 경제협조논의는 역내국가의 경제발전단계,경제구조의 격차와
함께 상호의존이 심화되면서 활발히 제기되고있다.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일본 한국 대만 홍콩사이의 상호연관성은 제도적
지역통합체인 ASEAN국가들의 상호연관보다 더욱 밀접하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일본과 한국등 동북아시아국가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80년대 경제발전유형을 보면 동북아시아지역은
수출형지역경제로,동남아시아지역은 수입형지역경제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이는 각국간의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보호주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호교역형 지역경제는 시장확대를 통한 교역증대는 물론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형태이다.

현재 북미지역이 이같은 상호의존형 지역주의형태를 보이고있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지역도 장기적으로 상호의존형 경제체제로
발전돼야한다.

무역구조의 전환을 위해서는 역내국가의 산업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역경제협력체제에서 역내산업구조조정은 필수적이며 역내산업배치의
재편으로 실현될수 있다.

원칙적으로 역내국가간 협조체제가 진전되면 각종 장벽이 제거되면서
산업배치제약도 없어지고 보다 유리한 곳에 생산이 집중될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효율적인 산업배치를 가로막는 장애가 많다.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다른 후발국을 미래의 경쟁국가로 여겨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후발개도국에서는 선진국의 식민지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적기술통합이 선행돼야 한다.

기술도입국(개발도상국)의 기존기술과 기술이전국(선진국)의 기존기술을
융화하면 경제적인 이득이 많을뿐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신시장을 창출할수 있게된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경제협력도 기능적인
지역경제협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각각 상호교류를 활성화시키고 논의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제국주의를 경험한 아시아국가들의
대일적개심을 해소하기위해 무역수지개선등 균형정책을 택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지역의 필요(Needs)에따른 공동프로젝트로서 수직적 또는
수평적인 연계(Linkage)프로젝트와 상호균형(Counter balance)을 이룰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각국간 우호관계의 심화라는 간접효과도
얻을수 있다.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냉전구조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본주의체제와 소련을 축으로한
사회주의체제는 자본주의국가간의 협력과 상호의존을 촉진해왔다.
각나라의 정책도 동서냉전을 전제로한 판단에서 견제됐다.

이같은 냉전구조는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중국의 개방등으로 붕괴됐다.
이에따라 그동안 잠복해온 자본주의 국가간의 문제점들이 표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제발전은 미국의 원조로부터 비롯됐다. 팍스아메리카나를
지키려했던 미국은 일본의 경제재건에 적극 나섰고 이때문에 고도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냉전구조의 붕괴로 더이상 미국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게됐고
이에따라 일본내에서는 앞으로의 고도성장이 어렵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있다. 일본경제가 계속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의존에서 벗어나 아시아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국내와 국외의 구분을 할수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지역경제권을 발전시켜야 일본의 고도성장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이극체제가 삼극체제보다 안정적이라는 주장을 한다.
국제체제의 발전과정에서보면 이극체제는 과도기에 불과하며 삼극체제가
훨씬 안정적이다.

팍스브리태니카 팍스아메리카나등 영국과 미국이 각각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으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던
이극체제시대를 지나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삼극체제로 나가고있다.

한나라에 의해 지배되는 체제를 저지한다면 세계는 삼극체제가 될것이
틀림없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역시 삼극체제의 하나인 아시아지역을 발전시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추진돼야한다.

현재 한일간 최대현안은 무역역조개선이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대일적자를 개선해줄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있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무역수지의 흑자기조를 유지하고있다면 대일적자는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대일무역수지개선요구에 앞서 전체적인
무역수지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일본에 기술이전을 요구하려면 먼저 한국이 지금단계까지
성장하면서 동남아국가들에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알아야한다. 한국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남아국가에 대해 기술이전요구를 받을것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중국등의 기술이전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본에 대해
기술이전을 주장하는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전체적인 흑자기조속에 나온것이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지 않는한 대일무역수지도
적자를 면키어렵다.

한국은 대일무역수지등의 지엽적인 문제보다 전체적인 경제운용을 어떻게
할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세계경제속에서 한국의 지위가 확고해지고
스스로의 역할을 해나갈수있다면 전체적인 수지균형을 이룩할수 있게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경계와 일본을 배우자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있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의 경험으로 대일감정이 여전히 좋지않으면서도
자원이 없는 일본의 수출의존형 기술지향적 발전을 한편으로
부러워하고있다.

한국에서 일본을 배우자는 열기는 한국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는것이
사실이지만 일본의 모델을 모두 도입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