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는 열다섯때 학문에 뜻을 두고(지학),서른살에
섰고(입),마흔살에 혹하지 않고(불혹),쉰살에 천명을
알게되었고(지천명),예순살에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되고(이순),일흔살에 마음 내키는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종심소욕불유구))"는 말로 일생을 회고하였다.

"지학(지학)"은 일생을 학문에 바치기로 결심하였다는 뜻으로,"입"은
그같은 학문적 기초를 확립하였다는 것으로,또 "불혹"은 학문적 자신을
얻게 되어 허튼 소리에 마음이 동요되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으로,"지천명(지천명)"은 도를 세워 인류를 위해 노력하는 길이
자기운명이고 천직임을 깨달았다는 것으로,"이순(이순)"은 다른 의견이
나와도 이를 순순히 수긍하게 될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뜻으로,"종심소욕불유구(종심소욕불유구)"는 마음내키는대로 해도 절대로
법도를 어기는 일이 없는 진정한 자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선인들은 천명이 무엇이냐 하는데 대해서만 이를 운명이다(고주),혹은
천리이다(주자),혹은 또 도덕적 사명이다(유 남)라고 해석을 달리했을뿐
공자의 이같은 경력을 하나의 모범적인 인생이정표로 삼고 자기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같다.

얼마든지 현대적으로 풀이할수 있는 것이 참다운 고전이라고들 하지만
공자의 인생단계설은 2,500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도 대충 들어맞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는 공자같이 학문세계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약간 확대해석만 한다면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학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열다섯살이면 문과와 이과 또는 실업계로 갈라지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무척 망설이던 끝에 전공분야를 택하여 대학에 진학하고 전과를
하기도 하고 대학원과정까지 밟고 하는 오랜 노력과 방황,시행착오끝에
인생항로출범을 위한 준비를 완료한다.

고등학교과정을 마치든 대학원과정까지 밟든 일단 공식교육을 끝낸
다음에는 얼마동안 직종이나 직장을 옮기는 수도 있겠지만 30세를
전후해서는 자기가 평생해야할 일이 정해지고 그일을 할만한 능력 자격도
갖추게 될터이니 이것이 곧 "립"이다.

현대는 다빈치같은 만능천재가 필요없는 역할분담사회이므로 모든 사람이
한가지 일에만 특화한다. 그러나 최선이라고 판단했기에 택한것이기는
하지만 한가지 일에만 골몰하기에는 인간이 갖고있는 가능성은 너무도
다양하다. 그래서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닌가 하는 번민도 30대에는 있어
당연하다. 그러나 천직이라고 택한 일에 10년쯤 정진하다 보면 미망은
자연히 없어진다. 40객에 대한 유혹도 줄어들지만 유혹이 있다고 해도
동요되지 않으면 불혹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나서 또다시 10년동안 노력하면 자연히 가능성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대통령은 못되어도 장관은 바라볼수 있다거나 재벌은 어렵지만
대기업사장쯤은 될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되면 지천명한 것이 된다.

자기 한계를 알고나서 또다른 10년이 지나면 그 깨달음이 몸에 배어 남의
말에도 자연히 귀를 기울이게 되어 모든것을 순리대로 하고 제고집대로
무리하는 일은 없게 된다. 이순인 것이다.

자기한테 이롭지 않은 말이라도 이를 귀담아 듣는 생활이 10년동안
계속되면 도가 통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행동해도
법도,즉 넘지 말라고 사회가 쳐놓은 담장을 넘는 일이 결코 없다. 본시
도란 사람이 마땅히 걸어야할길(인지당행지로)이니 길이 담을 뚫고 나있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공자인생6단계가 분명한 인과관계 선후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가능성을 모색 계발하여야(지학) 평생직업을
발견(립)할수 있고 천직임을 깨달으면 미망을 버릴(불혹)수 있다. 미망을
버리면 천명을 알게되고(지천명) 천명을 알면 남의 말도 듣게된다(이순).
남의 말을 들을줄 알게 되면 제하고픈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반대로 10대부터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지 않으면 30에 뜻을 못세우고
40에도 미망을 버리지 못한다. 자연히 50에도 천명을 알지 못해 정치와
사업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지천명을 못하니 60에도 낚시나 즐기라는 충고를
귀담지 못한다. 이순하지 못하니 70이 지나도 하는일 모두가 법도.양식에
어긋나는 노망에 빠져든다. 첫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후에는 줄줄이
어긋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