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1억달러가 넘는 파키스탄통신프로젝트를 놓고 대우통신과 일본스미
토모(주우)상사가 벌인 수주경쟁이 대우의 "역전패"로 끝나자
업계에서는 "결국 로비력에서 한국기업이 일본업체에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파키스탄정부는 최근 펀잡주일대에 설치할 TDX(전전자 교환기)10만회선의
공급업체선정을 위해 실시한 국제공개입찰에서 스미토모상사가
주계약업체로 최종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스미토모와 일본전기 우리나라의 금성정보통신이 한조를
이룬 컨소시엄과 대우이외에 독일지멘스와 스웨덴의 에릭슨사등 4개팀이
응찰,3차례나 입찰이 재실시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스미토모컨소시엄은 최종응찰금액으로 1억2백30만달러를 제시,1억2백
89만9천달러에 응찰한 대우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는데 성공한 것.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워낙 규모가 큰 것이라 입찰참가기업들이
막후에서 파키스탄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로비력"이 이번
최종입찰결과의 주요변수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발주처인 파키스탄국영통신공사(PTC)측이 세차례씩이나 입찰결과를
번복한데서도 엿볼수 있다. PTC는 이 프로젝트를 확정한 지난해초 1차로
국제입찰을 실시,당시 입찰에 참여한 스미토모컨소시엄과 지멘스사가운데
낮은 가격을 제시한 스미토모측을 공급업자로 내정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우그룹의 김우중회장이 파키스탄을 방문,도로건설
공단조성등 9억달러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TDX사업에도 대우가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상황이 급전하게됐다. 대우측과의
"실무협상"끝에 지난2월 파키스탄정부가 회선당 1천23달러의 조건으로
TDX공급권을 대우측에 넘겨주기로 했던것.

이번에는 스미토모측이 주파키스탄 일본대사까지 동원,파키스탄정부의 "
의"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고 파키스탄야당과 언론들도 "수의계약으로 바뀐
배경에 의혹이 있다"는 공세를 폈다.

여기까지는 일본측의 "공작"에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고 할수있다.
문제는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전개에 있다.

파키스탄정부는 대우와의 수의계약을 백지화하고 지난5월 공개입찰을
재실시,대우 스미토모 지멘스 에릭슨등 4개팀이 참여했는데 대우가
최저가응찰(1억7백57만달러)로 수주가 유력해지게됐다.

스미토모는 공개입찰에서 또다시 대우에 밀리게되자 "입찰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파키스탄정부를 압박,8월에 다시 입찰을 실시토록했고 결국
스미토모측이 최종공급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같은 최종선정결과에 대해 대우측은 "납득할수 없는 조치이다. 한건의
프로젝트를 놓고 몇번씩이나 계약상대를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반발하면서도 "결국 막후로비싸움에서 우리가 역불족이었던
셈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미토모와 같은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는 김성정보통신측은
"처음부터 우리측 컨소시엄이 따낸 프로젝트에 대우가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을 부채질,공급가격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다"고 반박하는등 이번
입찰결과로 한일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들간에도 감정의 앙금이 쌓이게
됐다.

김성은 스미토모가 따낸 이 프로젝트에서 총 수주물량의 20%만을 공급하며
나머지 80%는 일본전기가 공급을 맡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