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주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주식시장이 좀처럼 약세국면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난기류에 휩싸인 정치권의 동향이 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다소
약해진 느낌을 주고있으나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양상은 여전하다.

매기가 종적을 감춰 거래가 눈에띄게 줄어들고 금리하락등의 재료가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 지금의 증시모습은 "정국불안의 영향"으로 설명할수 밖에
없다는것이 증권관계자들의 얘기이다.

최근 정국불안을 가중시킨 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탈당선언 (9월18일)이후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500 520선의 박스권에
묶여있다.

간간이 큰폭의 등락을 보이기도 하지만 장세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찾기어렵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거래량도 지난주초 1천만주 밑으로 떨어졌다가 중반에는 2천만주를
넘기도했으나 전반적으로 1천만주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있다.

자사주펀드 가입종목이나 외국인투자가 허용된 포철주등 재료수반종목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매기도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옮겨다니는
불안정한 양상이다.

증권 은행주등 많이 떨어진 종목에 매기가 쏠리기도 하지만 제한된 폭의
반등에 그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가운데 무기력한 약세장이
한달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정국불안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불확실한 주식투자에
나서겠느냐"는 말로 설명한다.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상품을 선호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에서 영향력이 큰 대규모 개인투자자(큰손)들은 이러한
경향을 더 뚜렷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고객예탁금이 큰폭으로 줄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들의
증시외면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식을 사기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놓은 돈인 고객예탁금은
1조3천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달전쯤의 연중 최고치(1조7천억원)보다 4천억원가량 줄어들어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줄기차게 빠져나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은 또 현재 예탁금이 연초와같은 수준이나 실질적인 예탁금은
더 적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초 증시개방으로 새로들어온 외국인투자자금이나 국내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규모가 큰만큼 일반투자자의 자금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주식투자세력의 바로미터인 고객예탁금은 분명 장세기조가 크게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불안이 기업의 설비투자위축을 부추겨 경기가
조만간 호전될수 있다는 희망이 더욱 약해진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국불안이 증시안팎의 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있어 약세국면
탈출에 대한 기대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증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상황은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주말에서
내주초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당의 규모등이 가시화될 경우 당장은 악재로서의 위력이 감소할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는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신당출현 이후 정국불안이 더욱 심해져 증시약세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증시가 약세를 지속해온 원인들인 고객예탁금의
감소세,기관투자가들의 시장개입 위축,자사주펀드 국민주개방등 재료에
대한 민감도 감소,주도주 불재등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가능성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장세기조가 허약하고 증시외부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혼조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매물벽이높은 520선에 안착하기는 어렵겠지만 기관의
순매수유지등 "하락방지장치"에 힘입어 500선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것으로
보고있다. 또 낙폭이 큰 은행.증권주,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중소형주,주가등락을 이용한 대형제조주등 종목군별 단기순환매가 당분간
주식시장의 주된 흐름이 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