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관행에 따라 국회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허하게 느껴진 시정연설은 없었던것같다. 그러나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 원래 새해 예산안의 국회제출에 즈음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중시되는 이유는 나라를 이끌어갈 다음 1년간 대통령의
국정계획과 방침이 담겨져 있다는데 있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내년
2월하순이면 임기만료로 떠날 예정에 있고 또 임기를 4개월 남긴 현재
중립을 표방,당적까지 포기한 처지니 그의 시정연설이 어떻게 무게를 잃지
않을수 있겠는가.

그런 시정연설이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역시 2개월후로 박두한
대통령선거의 공정관리를 강조한 대목이다. 노대통령은 14대 대선이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가능한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한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선거개입이나 어느누구의 불법.탈법선거운동 뿐아니라
선거분위기에 편승한 사회혼란조성행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한다고 했는데 정권교체기의 레임덕화한 대통령의 이러한 다짐이 과연
제대로 실천될는지가 문제다. 왜냐하면 이러한 대통령의 "선거중립에 의한
공명선거"를 실현하는 관건을 쥔것은 공무원과 공직자사회인데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공직자사회는 "거버너빌리티"나 정부의 신뢰성에
부족함을 느끼게하는 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의 구심점이
흔들리는 속에서 공직자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무사안일,각종
부조리.비리,정보유출,기강문란을 바로 잡는 문제는 공명선거관리의 전제적
기초과제가 된다고 본다.

한편 국민의 최대불안으로 돼있는 경제분야에 대해 임금의
급격상승,과소비현상의 팽배,물가.국제수지의 불안등으로 어려웠던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6%내외서 안정되고 있는 물가,8.9월의 잇따른 무역흑자를 그 증좌로
들면서 내년에는 성장률7%에 물가가 5%수준이 되도록 경제를 더욱 안정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문제 역시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있는
추진과 내년의 내외여건이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희망적 관측에
불과할뿐이다.

그리고 남북경제교류를 바라는 한편에서 간첩단을 대량 남파하고있는
북한에 대해 핵문제해결을 위한 핵의 남북한사찰의 조속실현을 강조했는데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내년의 한국은
시정연설의 실천보다도 공직자사회의 책임있는 행동과 "지각변동"상태로
분열 혼란상을 보이고있는 정치인사회의 안정화가 발전을 좌우하는
중요요인이라 하겠다.

**** 2단계 개방의 전기 ... 중국 14대전대 *****

1921년 창당된 중국공산당은 제14기 전국대표대회(14전대)를 계기로
71년만에 혁명1세대의 중국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해 가려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어제부터 시작된 14전대는 지난70년대말 등소평이 주도해온
개혁개방정책이 그의 실사구시관에 입각,중국적 현실에 맞는것이라는
사실을 생전에 확고히 입증하려 하고 있다. 이는 고인이된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였던 사회과학원 손야방원장의 "계획경제는 하나의 오래된
골동품으로 기술진보를 막으며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경고를 중공당이
엄숙히 수용해가고 있다는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함축하고 있다.

이제 등소평은 마지막 참석이 될지도 모를 14전대를 통해 진운을
정점으로한 보수세력의 교두보이며 건당의 원로들이 모인 당중앙고문위를
폐지하고 혁명2,3세대들로 하여금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시키는데
최종장애요인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등소평은 2000년대
중국경제를 이끌어갈 지도체제의 확립에는 상당한 번민이 있는것 같다.
등소평은 지난9월17일 주요 당정치국원들 앞에서 "강택민-이붕체제에
만족하고 있는사람은 많지않다"고 지적하고 "아래쪽에서 불만의 소리가
올라가는것도 들을줄 알아야 한다"고 현체제에 비판적 태도를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등소평이 천안문사태로 실각된
전조자양총서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조자양은 70년대 전반
사천성당총서기 당시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경제개혁정책을 과감히 시도했던
사실과 관련하여 그의 재기용을 원하고 있음을 많은 정황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것은 이번 14전대를 통해 개혁파 중심의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되어 제2단계 개혁.개방정책이 과감히 추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상반기중 한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는 작년동기대비 금액으로
2. 9배나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요즘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가열되어가고 있다. 산업계의 지금 동향으로보아 14전대가 끝난후 오는
11월께부터는 지금의 대중국 과열현상이 더욱 촉진될 우려마저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진전의 가능성을 사전에 업계에 정확히 알려
대중경협관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