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품이 수출이 잘 안되는 이유를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수치로 극명하게 나타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기술낙후,높은
금융비용,상대적 고임금등 중장기적 해결과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당장이라도 해결할수 있는 부분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것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80개 해외무역관을 통해 우리 수출품의 문제점과
기업들의 수출거래행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적당주의 수출풍토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제품불량률이 경쟁국보다 2 5배 높은가 하면
상품인도기간이 턱없이 지연되고 있다. 소량주문을 외면하여 시장확대
기회를 잃는 것이 일쑤이고 클레임처리를 미적미적하여 신용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VTR의 경우 불량률이 경쟁국의 2 3%에 비해 우리는 7
10%에 이르고 있다. 직물은 경쟁국이 1 2%인데 우리는 5 10%의 불량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품인도 기간도 컬러TV의 경우 우리는 60일인데 비해 경쟁국은 20일에
불과하다. 욕심껏 수주만 해놓고 제때에 딜리버리를 못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수입상들의 불만이므로 다소는 과장도 있겠지만 큰 줄기로는
맞는 지적이다.

이래가지고서는 수출이 잘될리 만무하다. 기술 금융비용 고임금등을
해결한다해도 불량율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한 수출은 뻗어날수 없다. 당장
할수 있는 일도 못하면서 무엇을 탓할 것인가.

최근 수출구조의 변화를 보면 석유화학제품등 원부자재는 수출이 늘어나고
의류 가전제품등 완제품은 수출이 부진하다. 이를 두고
산업구조고도화추세라는 월량보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 구조변화는 기계나
설비위주의 생산품목은 경쟁력이 있고 사람의 손이 더가는 완제품은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도 산업고도화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할수 있는 일에서 이기지 못하면
산업구조고도화는 이룰수 없다.

산업구조고도화는 마음의 고도화라는 기관차가 이끄는 객차이다. 경제는
인간이 주인이지 기계나 설비가 주인이 아니다. 제품의 끝마무리에서부터
기술개발 자동화 기능향상까지 모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상거래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업의 성실한
시장관리,근로자의 정성스런 작업자세등 정신적 각성이 우선 중요하다.
기계나 설비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이기지 못하면서 기계나 설비가 이기기를
바랄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