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외딴 섬에 뚝 떨어져 살면
몰라도,대인관계나 자질구레한 일거리와의 접촉을 피할수가 없다.
70평생도 짧은 사람이 있고,단 하루의 생애도 길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동양적 운명론인 사주팔자인지도 모른다.

동창이 밝으면 노고지리 우짖는 하늘아래,사래 긴 밭을 갈며 하루의
노동과 평화를 만끽했던 선인들의 신세가 부러울 때가 많다. 거기엔
아무런 문명적 속박이 없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함께 숨쉬었던 질서와 위안이 있었다.

도시화 현상의 상징은 직장인들이다. 아침에 우르르 몰리고 저녁에
우르르 쏟아지는 개미군단은 꽉 짜인 생활에 숨을 할딱인다. "지하철의
망영"을 읊은건 에즈라 파운드였던가. 풀기없이 어깨가 처져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는 군상들을 흡사 망령같다고 노래한건 오히려 혜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30 40대의 직장인들은 건망증이 심한 모양이다.
까딱하면 중요한 약속이나 계획들을 잊어먹는다. 예전엔 노인층에나
있었음직한 증상이다.

세상살이가 하도 각박하다보니 위아래 눈치 살펴야 하고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 더욱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자면 자기만의
비밀같은 것도 더러는 간직해야만 한다. 따라서 마음편할 날이 없고 과로
불안 강박관념따위가 늘 괴롭힌다. 반드시 뇌세포의 노화나 나이탓만도
아니다. 참 "골아픈" 일이다. 거기엔 너무 서두르는 한국병도 한몫
거들었을법 하다. 한마디로 건망증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온다.
노망이 든것도 아닌데 흰소리나 흘리고,금방 다짐했던 것도 까먹고 마는
습성은 그것도 "마음의 병"이다.

감정과 육체의 균형이 깨져 몸따로 맘따로 논다면 일의 능률이 오를리
없다. 바쁠수록 숨돌릴 여가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 막힌데를 뚫는
인생경영이 성공과 건강의 지름길이다. 건망증의 피해를 줄이려면 단순한
기억에만 기대지 말고 메모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어느때보다 높은 직장 스트레스의 원균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때로
빌로도같은 유머와 홈스펀같은 위트의 구사는 물론이요,좋은 시와 음악등의
산책,홀가분한 "마음 비우기"등의 훈련도 큰 도움이 될것이다. 가장
두려운 건망증은 자아상실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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