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급내의류인 와코루제품을 파는 코너에는 쇼핑객이 북적거린다.
디자인이 좋다는 이유에서이다.

오디오코너에도 10사람정도가 모여 있다. 일본제품이 인기를 끈다.
중국인 평균월급의 20배나 되는 스테레오세트가 하루20 30대는 팔린다."
일본경제신문에 지난달초에 실린 중국 현지르포기사의 일부이다.
대도시에 소비붐이 일고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자린고비와 맞먹은 노랭이로까지 일컬어지던
중국인들이 변하고 있다. 78년 개혁 개방정책이 실시된지 14년만에 11억이
넘는 인구가 서서히 돈쓰는데 재미를 붙여가는등 소비행태가 바뀌고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의 잠재력이 새로이 부각,각국이 중국시장에
군침을 흘리고있다.

중국의 지난해 GNP(국민총생산)는 1조9천8백50억원(약3천5백억달러)으로
세계10위권에 드나 1인당 GNP는 3백달러를 다소 웃도는 정도이다. 이는
서방의 잣대로 재면 낮은 편이지만 중국의 경우는 주민생활에 대한 정부의
보조등이 있어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주타깃이
되고있는 경제특구를 중심으로한 도시근로자들과 5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중산층의 구매력은 예상밖으로 크다.

주민들의 소득수준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89년 천안문사태로
증가추세가 주춤하기는 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이전의 증가세를 회복했다.
도시주민의 평균수입은 지난해 1천5백70원으로 전년보다 13.5%,지난 88년의
1천1백19원보다는 40.3%증가했다. 농촌의 경우도 지난해 7백10원으로
전년에 비해 12.6%늘었으며 88년보다는 30.3%뛰었다.

이같은 소득증가는 임금상승이 주원인이다. 그렇지만 개방정책과 더불어
실시된 유통 서비스업종등에 대한 부업허용조치도 소득증가에 한몫을 했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80년대의 개방정책으로 인한 경기과열 방지를 위해

88년말께 취했던 "치리정돈"정책이 지난해로 끝나 올해부터는
레스토랑경영등 부업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소득수준은 더욱 급속하게 늘어나고 그결과 소매업 매출이 급증하는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상업부는 올상반기 중국의 소매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7%가 늘었다고 지난 7월 발표,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했다. 또 상업부는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져 소매업 매출이 전년보다 15.7% 늘어
5천5백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소비확대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엿볼수 있는 곳은 많다. 주민들의 예금잔액도
이가운데 하나이다. 지난해 중국 주민의 저축액은 9천1백10억원으로
가구당(4인기준)3천2백80원꼴이다. 이는 도시주민의 연평균수입의
2.1배,농촌주민 수입보다는 4.6배가 된다. 한국과 비교하면 지난해 한국의
가구당 저축액은 8백26만원이었으며 고용인 10인이상 사업장 근로자
연평균임금은 7백80만원선이었다. 한국의 가구당 저축액은 연평균 임금의
1.06배에 불과하다.

중국주민의 예금잔고는 소비재에 대한 대기성자금으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을듯하다. 때문에 이돈이 상품수요로 연결되게 되면 중국시장은
엄청나게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의 개방정책은 여러가지를 바꾸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소비성향
변화에 끼친 영향은 어느 분야에 못지않다.

지난 3월중순 홍콩 무역개발위원회는 중국소비시장변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중국소비자패턴이 고가 고급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고서는 지난
84년에 경제특구로 지정,개방된 광동 강소 사천 료녕등지를 중심으로
소매업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패션의류 액세서리
가전제품 가공식품등이라고 지적했다. 이보고서는 이어 TV세트의 경우
지난90년 한햇동안에만 2백66억원어치가 팔렸으며 녹음기 판매규모는
47억원에 이르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보고서는 또 이러한 중국소비자들의 소비행태변화로 중국내 백화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경 상해 광주 대연등에 위치한
10대백화점들은 90년에 적게는 3억9천만원에서부터 7억8천1백여만원에
이르는 순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20%정도씩 늘어났다. 더구나 올해는 주민들의
소비패턴 고급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매출증가폭및 순익이 한층
커질것으로 예상되며 소매업은 활황기를 맞게될것 같다.

중국시장은 그러나 문제점이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있지않아 유통망구성도 힘들다. 또 관세율도 높아 외국기업들로서는
쉽사리 내수시장에 파고들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중국정부가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산업고도화를 취하고 있으나 수출드라이브정책에
역점을 두어 내수시장진출 길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중국시장의 잠재력은 가늠할수가 없을만큼
크다. 그리고 멀지않은 시일내에 거대시장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낼것으로
전망된다. 연안도시를 개방한지 불과 8년만에 소비붐이
인접내륙지방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고 지적한 홍콩무역개발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런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있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