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간 다우존스의 하우스 부사장은 지난
5년동안 한국은 괄목할만한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 안정및 지속적 성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불만에 가득차 있고 많은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음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이는 정치적 자유를 향유하게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불평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우리사회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하우스 부사장이 지적했듯이 단순히 사치스러운 불평으로만 돌릴수 있을
것인가.

최근 우리경제는 물가가 진정되고 있고 무역수지적자가 줄어들고
시장금리마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거시경제지표만 본다면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제성장이 1 2%도
되지 않는 미국경제의 눈으로 볼때는 우리국민의 불만은 사치스러운
불평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를 보는 많은 국민들의 시각은 하우스 부사장과는 달리
불안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기업인도 적지않다. 고임금과 고금리 때문에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도 정부는 무엇하나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고 불평한다. 경기는 나쁘고 기업의 도산은 늘어나고 있는데 돈줄은
꽉 죄고있으니 기업으로서는 죽을 지경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고 개방화가 본격화 됨에 따라 외국기업과의 경쟁은 치열하게
되는데 이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거기에다최근의 증시붕괴와
정치권의 혼미상태 지속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증폭되고있으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불안감이나 위기감이 해소될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먼저 우리경제가 오늘날 큰 역사적 전환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안정화를 통해 시장경제질서를 정착시켜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지구촌화및 지역주의화에 맞추어 국제화를 과감히
추진해야한다.

이러한 경제환경의 변화는 우리경제에대한 실로 커다란 도전이 아닐수
없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행동양식및 새로운 경기의
규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업및 정부가 과연 얼마나
과거의 고정된 관념이나 관행및 타성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업은 지금도 경기가 나쁘면 물가야 어떻게 되든 돈을 풀어야 하고
채산성이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자금의 흐름이 왜곡된다는
것은 우리의 값비싼 역사적 교훈임을 알아야 할것같다.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시장경제질서가 순기능을 할수 없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린다고
해서 경쟁력이 향상되는것도 아니다. 경쟁력이란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이루어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 과거와 같이 인플레나 정부의 지원에 의한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을 말아야 한다.

정부의 자세도 달라져야 하겠다.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정부의 역할이란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것인데 경기의 규칙이라 할수있는 정책기조자체가
흔들리고 주요정책이 자주 바뀌게 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없어 기업이
규칙을 무시하게 되고 따라서 정책이 실효를 거둘수 없게 된다. 또한
오늘날 처럼 개방화 국제화시대의 규칙은 정부의 지시나 규제로 경제를
운영해 왔던 시대의 규칙과는 달라져야 하겠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경제에 대한 위기감의 진원은 고금리
고임금 기술투자불진등과 같은 표면적인 현상에 있다기 보다는 환경변화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아직도 적응을 하지 못한데서 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에
있지않나 생각된다. 사실 물가 임금 금리 기술개발문제도 새로운 경기의
규칙이 마련되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이 바뀌게되면 그 해결책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하루속히 경기의 규칙을 만들어서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모든 경제주체들이 열심히 뛸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정치권의 정치력 발휘가 시급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