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시비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던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이 최종 선정됐다. 이와 함께 무선호출(삐삐)사업자로
삼보컴퓨터등 10개업체도 최종 선정됐다.

이동통신사업은 사업 전망이나 규모로 볼때 재계의 판도를 변화시킬수
있을 정도로 6공최대의 국책사업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고 소문대로 선경으로 낙점이 됐다. 통신관계
전문가들은 미래는 이동통신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경제성장과
소득증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송언종체신부장관은 20일 제2이동통신사업자선정 발표를 하면서 이번
평가작업이 공정한 기준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수 없는 점을
이해할수 없는건 아니나 일반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일각에서조차
이동통신 사업자선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그건 무언가. 무어니해도 첫째로 지적할수 있는것은
선경그룹이 노태우대통령의 사돈회사라는 점일 것이다. 비록 이러한
특수한 관계가 사업자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지라도 국민은 이를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정부당국이나 선경그룹에서는 당연한 결정인데도 오해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대학총장아들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합격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논리를 펼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논리이전에 국민의 감정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다.
오얏나무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선현들의 가르침이 옳다는걸 믿고
있는게 우리국민의 정서다. 이런 정서를 외면,엄격한 기준의 공정성을
정부가 내세워도 국민설득에 실패하면 그 사업의 성공을 보장할수 없고
국론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두번째로 지적할수 있는건 선정시기의 문제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이동통신사업의 후진성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고 통신시장개방에
대비해야할 필요성은 크다. 그리고 이미 2년전에 사업계획을 공표한바
있기 때문에 비록 잡음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고
정부는 주장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권말기에 이를 강행하는 것은
특혜의혹을 오히려 부풀게할 뿐이다.

정부는 기술적.행정적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것 같은데 중요한 국가적
사업일 경우 정치적.사회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이라서
특혜,정경유착이라는 인상을 국민이 받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송두리채 잠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최종경쟁에서 탈락한 코오롱과 포철은 이번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계 재계 그리고 일반국민이 갖고 있는 떨떠름한 심기를
어떻게 풀수있을 것인지는 정부당국에 달려 있다.

한국사회는 거창한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따지는 습성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대의에 크게 집착하여 어느때는 그것이
끊임없는 분쟁까지 몰고온다. 대의에 충실하려는 것은 하등 나쁠것이
없다. 다만 대의를 향해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큰
약점이다. 총론만 무성하고 각론이 빈약하여 문제를 진척시킬 방도가 없는
것이다. 상점의 간판은 요란하게 큰데 진열된 상품은 보잘것 없는 꼴이다.

이런 처지에서 한국경제학회가 연세대학교에서 20,21일 양일간에 걸쳐
펼치고있는 제5차국제한국인경제학자학술대회는 신선하다. 변죽만 울리듯
노상 총론에서만 맴도는 각종의 세미나 심포지엄과는 달리 이번 학술대회는
각론에 충실하여 오랜만에 빈껍데기속에서 알맹이를 찾은듯한 느낌이다.
"세계경제질서의 재편과 한국경제의 선택"이라는 큰 주제에 걸맞게
양적으로도 대단한 105편의 논문들이 대부분 각론으로서 충실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미.일.중.구소.독등 외국에 있는 한국학자까지 폭넓게 참여한
학술대회의 논문들은 지극히 실질적이고 다양하다. "한.일자동차
생산기업의 효율성""숙련형성관행의 효과""교육투자의
수익률분석""외환시장개입 형태""발해만개방지대형성"등 실사구시적
논문들이 학국경제의 새로운 선택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되는
것이다.

본란은 개개논문의 질적수준까지 논평할 형편은 못된다. 어느문제에
실질적인 각론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소중하고 그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라는 점을로오직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국제경쟁력강화
대일역조시정 과학기술개발등을 늘상 외쳐오지만 각론을 소홀히 하는것이
진전을 못보고 있는 원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