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안정된 바탕위에서 움직이게 하는 전제조건중의 하나는 통화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화가 너무 과다하게 넘쳐 인플레현상을 야기할 정도가 돼도 안되고
통화가 너무 핍박해져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디플레속으로
몰아넣는 일이 생겨도 안된다. 그런일이 없게 하는것이 바로 통화
금융정책이다.

그런데 최근통화의 흐름과 통화 금융당국의 정책을 살펴볼때 우리의 통화
금융정책이 그러한 제기능을 충족하고 있다는고 말할수 있는가.

늘상 그래왔지만 추석을 앞두고 다시 재무부와 한은은 통화량공급수준을
둘러싸고 서로 의견이 대립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은측은 현재 18. 5%를 이미 넘은 총통화증가율을 통화수축하는
방향으로 긴축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재무부측은 긴축전환으로
나타난 최근 시중금리의 반등과 종합주가지수 460선까지 폭락한 증시의
위기적침체를 내세워 통화관리목표치에 기계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신축적인
통화운용을 주장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물론 환매조건부채권(RP)1조원의 동결을 비롯 지준적수부족시은에대한
과태료부과등 대출을 억제하고 긴축을 강행하고있는 한은의 입장은
통화팽창의 인플레촉진적인 위험성을 생각할때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중소기업지원정책자금을 대량방출하는등 한꺼번에 돈을
많이 풀었다가 총통화증가율이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해서 무리하게 급격히
돈줄을 죄이는 식의 "온.냉탕식식"통화관리는 통화량지표의 기계적유지는
가능하게 할지는 모르나 실물경제에는 오히려 자금난에 따른 금리반등
경제활동의 침체등 부작용을 미칠 가능성이 더많고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나쁜 시기에는 현실을 참작한 신축적통화운용이 더 바람직하다.

또 분명한것은 통화팽창이 인플레적이라하더라도 18. 5%의
총통화증가목표치유지가 곧 인플레방지는 아닌 것이다.

기업이 자금이 필요한데 경직적인 통화금융정책때문에 은행돈이 기계적인
대출억제조치로 유휴상태에 있다면 정상적인 금융이라 할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대출규제는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 있는 국내 외국은행들에대한
대출의존비중을 증가시켜줄 뿐으로 개방체제의 금융현실을 간과한 어리석은
조치라고 해야한다.

차제에 생각해야할것은 경제의 활성화와 회생을 위한 통화.금융정책의
역할이다.

에어컨과 냉장고 승용차등 에너지다소비제품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가 내달 1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실시된다. 즉
냉장고와 승용차는 9월1일,조명기기는 10월1일,에어컨은 내년1월1일부터
공인기관이 5단계로 매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소비자들이 쉽게 식별할수
있게 모든 해당제품에 부착해야한다. 동력자원부는 이와함께 이들 상품의
제조회사들로 하여금 장차 실현해야할 에너지효율제고,즉 절약목표를
설정한 에너지효율기준제도도 아울러 도입하여 역시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두가지 모두 에너지소비절약차원에서 의의가 크고 환영해마지 않을
조치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등급표시제로서 이 제도의
효과적인 시행과 조속한 정착을 기대해본다. 동시에 그 성과를 보아
표시품목을 계속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원래 지난 7월1일부터 실시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관련업계의
반발과 준비문제등으로 늦어졌는데 당국이 늦게라도 결행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가 없지 않겠지만 시행중에 보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소비를 줄일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할 처지에
있다.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충분한 대국민홍보가 있어야한다. 제도의 취지와 내용,식별방법등에
관한 홍보가 꾸준하게 전개돼야한다.

둘째,공정하고 믿을수 있는 공인등급사정기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승용차는 국립환경연구원,냉장고와 에어컨은 국립공업기술원 하는 식으로
이미 지정이 완료된 것으로 들리는데 현대적 과학적인 측정시험설비를
갖춰야하며 절대로 의혹이나 잡음이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철저하고 엄정한 사후관리가 따라야한다. 표시의무의 이행여부를
추적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의 실제 에너지소비효율이 표시된
등급과 일치하는지를 가릴 장치가 필요하다. 위반제품에는 응분의 제재가
가해져야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자와 업계의 의식이다.
에너지절약의식이 확산되고 생활화되어 에너지효율이 높은 상품개발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촉진될수 있어야한다.

제한송전까지 우려되던 여름철이 지나면서 에너지절약의식이 다시 후퇴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또 차량10부제와
공공기관에어컨가동중지등 다분히 전시성절약노력에 비해 등급제와
효율개선노력은 훨씬 실효성있는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