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거대한 경제블록이 새로 출현했다. 진작부터 예견되어온 일이긴
하지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이 드디어 오랜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환영보다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미국을 최대의 수출시장으로
갖고있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려면 의회비준등 거쳐야할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발효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논란은 있겠지만 내년 중반쯤이면 발효될 전망이다. 미국기업들은 이
협정의 타결과 발효를 전제로 오래전부터 벌써 멕시코 진출에 나서 왔으며
바야흐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과 캐나다간에는 이보다 한발앞서 지난89년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미국은 그 여세를 몰아 멕시코와 유사한 협정체결을 추진했는데
여기에 캐나다가 합세함으로써 마침내 보다 확대된 자유무역지대의 출현을
보게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협정은 세계경제와 무역질서에 크게 3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첫째,모든 국가경제의 급속한 세계화(Globalization)경향과함께
지역화 내지 블록화경향이 예상대로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이 난항을 겪고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블록화가
훨씬 순조로운 편이다. 주지하다시피 유럽공동체(EC)는 내년 1월1일을
기해 보다 강력한 경제통합체,보다 발전된 정치.경제블록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둘째,NAFTA가 갖는 규모의 크기와 세계경제속의 크기,영향력에
주목해야한다. 세계교역에서 점하는 비중에서 다소 뒤질뿐 NAFTA는 모든
면에서 EC를 압도한다. 훨씬 강력하고 규모가 큰 블록이다. 인구
3억6,300만명에 국내총생산(GDP)6조4,570억달러로 EC12개국의 그것을
능가하며 면적은 총2,111만 로 구소련과 거의 맞먹는다. 풍부한 자원과
자본 기술,그리고 저렴한 노동력등 공장을 돌리고 경제를 돌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셋째,NAFTA의 출현은 결국 미국경제의 지배력강화를 의미한다.
유럽국가들의 EC를 통한 결속강화,일본경제의 급속한 부상과 아시아침투
확대움직임 속에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입지를 찾아야할 처지에
있는데 그 해답을 가까운 북미에서 찾아낸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경제는
기왕에 이미 미국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왔지만 이것을 보다
확실하고 완전한 틀로 완성시킬수 있게 된것이라고 말할수있다. 미국은
NAFTA를 발판으로 장차 중남미국가를 포괄하는 문자그대로의
아메리카자유무역지대형성을 계획하고 있다.

거대하고 강력한 북미경제블록출현에 얽힌 이상과같은 몇가지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수출은 말할것 없고
경제전반에 끼칠 영향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초점은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수출시장이다. 30%를 넘어
40%에 육박하던 점유율이 최근 25%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어도 단일
시장으로서는 필적할 나라가 없다. 여기에 장차 저임과 기타 각종 혜택을
바탕으로한 멕시코산 상품이 자동차에서 전자제품 섬유에 이르기까지
물밀듯이 밀려들어 한국상품이 설 땅을 잃게 만들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NAFTA는 단지 상품의 자유이동을 겨냥한 무역협정이
아니다. 서비스교역은 물론 자본과 노동력이동,육상수송,지적재산권,환경등
UR협상이 노리고 있는 모든 시장의 포괄적 개방약속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협정을 발판으로 UR협상의 조기타결과 함께 한국등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가속화할게 분명하다.

이제 우리가 할수있는 일은 현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것 뿐이다.
자유무역을 표방하면서도 세계는 보호무역과 관리무역(managed trade)의
길을 달리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세계화속에서 블록화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은 두갈래다. 하나는 발등에 떨어진 현실적 과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체제아래서 미국시장을 계속 지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하는 세계무역질서와 경제환경속에서 한국경제가 생존하고 발전하는
일이다.

우리기업들은 NAFTA출현을 예상해서 이미 멕시코 진출을 준비해왔다.
앞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확대해야한다. 정부는 지원에 인색하지
않아야한다. 멕시코를 전진기지로 해서 미국은 물론 중남미시장진출확대에
나서야할 것이다.

한편 EC와 NAFTA에 견줄만한 경제통합체의 출현은 기대되지 않지만
아세안을 중심한 동남아시아 혹은 동북아시아국가간의 경제적 결속강화
내지 경제블록화 가능성을 계속 연구하고 탐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역시 우리경제 우리수출의 경쟁력을
되살리고 키우는 일이다. 기술 브랜드 품질 가격등 모든 면에서
국제적으로 손색없고 경쟁가능한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수출하는것만이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보호무역장벽을 극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