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하나로 마음이 흐뭇해지기도 하고 머리에 피가 치솟기도 한다.
함부로 "자네" 운운하다가는 망신당하기 일쑤이고,그렇다고 지나치게
상대를 존대하다보면 부당한 홀대를 받기도 한다. 상대편의 연령 학식
인격등에 걸맞는 호칭을 찾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않으나 우리사회에 "호칭인플레이션"이 일기
시작,호칭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진 느낌이다.

벌써 옛날에 없어졌던 사농공상의 망령이 우리 직업사회에 되살아났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어지간한 직종에는 거의 예외없이 선비 사(사)인지 스승
사(사)인지 일 사(사)인지 모르나 "사"란 어미가 붙는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간호사 법무사 계리사 미용사 운전기사 세탁사등등 일일이
열거할수 없을 정도. 당초 "사"자돌림의 직종은 기능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직종과 인연이 깊었던 모양인데,그렇다면 우리사회는 단연
기능선진사회임에 틀림없다. 직종의 꼬리에 사자를 붙여 모처럼 이룩한
전문성기능을 흐려버리는 일보다 차라리 xx기능인, 전문가로 재정리하는게
타당할것 같다.

관가의 호칭도 시대의 흐름과는 역행하는 형편.

중앙관서 지방관서할것 없이 날로 늘어나는 "관"자 돌림의 딱딱한
자리들이 진을 치고 있다. 검.경찰에는 수사관이,노동부나 환경처등에는
감독관이,보사부에는 위생검사관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국세청은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하급공무원의 사기진작"이란 명분으로 "주사"라는 옛날
직급대신 "조사관" "징세관" "심사관"등 관자돌림의 직제를 대량
생산,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민.관할것없이 정보화사회를 향해
쉴새없이 매진하고 있는 요즘형편에 구시대의 화석으로 변해버린
옛호칭들을 용케도 발굴해낸 느낌이다. 관존에의 엉뚱한 영합보다는
세분화하고 전문화한 현대식 직능에 걸맞는 호칭의 개발이 기다려진다.
자칫 직종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과한 칭호는 당사자들의 자존심을
해칠수도 있게 마련이다. 상사출신의 히틀러가 권력을 쥐자
"총통"(휠러)이란 칭호를 애용한 일이라든가,이등병출신의 무솔리니가 역시
"수령"(도체)이란 칭호를 애용한 일들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되었듯이
말이다. 하기야 우리의 북쪽에 얼마전 대원수 한사람이 탄생한 사건도
기억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