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내용을 정하게될 예산편성작업이 본격화됐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은 지난 5월말까지 각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안에 대해
6월초부터 심의에 들어갔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각 부처의 예산요구액은 폭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예산심의는 어차피 얼마만큼 무엇을 어떻게 도려내느냐의 작업인셈.

각부처는 나름대로의 사업타당성을 강조하면서 최대한 반영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쪼개주어야하는 경제기획원으로서는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입장.

각부처가 경제기획원에 요청한 예산규모는 일반회계기준으로 금년예산보다
43.9% 늘어난 47조7천8백51억원에 이르고있어 최소한 10조원 규모는
잘라내야할 입장.

특히 올해는 전반적인 경제안정기조속에서 긴축예산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있으나 대통령공약사업등 벌여놓은 일이많아 예산편성에 유난히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경제기획원은 이에따라 인건비 건물유지비등 경직성 경비를 작년수준에서
동결하고 사업비등을 작년보다 30%이상요구하지 말도록 사전에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기획원은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예상경상경제성장률인 15%안팎에서 결정할
방침. 이렇게될 경우 내년 예산규모는 38조원가량으로 각부처가 요구한
예산에서 줄잡아 10조원은 깎아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편성작업이 매년 거듭되는 연례행사이긴 하지만 올해는 안정기조에
대해 정부내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어서 긴축예산을 짜지않을수 없는
형편.

특히 정부가 솔선해서 절약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
예산편성이 어렵다고 예산실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제기획원은 내년도 예산편성이 있어 <>경제안정화시책에
부합하고<>국제경쟁력제고등 국가정책목표에 합치되며<>정부의 절약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는등의 원칙을 세우고 작업을 진행중이다.

과거에는 각 부처의 요구에 비해 재원이 턱없이 모자랄때 형평의 원칙에
따라 균등배분해온게 일반적인 추세였다.

올해는 이같은 균등배분원칙을 지양,꼭 필요한 곳에 집중지원하겠다는
것이 기획원의 방침이다.

이석채예산실장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위해 국가경쟁력을
높일수있는 인력양성,사회간접자본투자에 우선순위를 둘것"이라고 밝혔다.

각부처의 예산요구에 대해 철저하게 우선순위를 따져 차등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각부처가 예산을 요구한 신규사업은 대부분 내년 예산에
포함되지않을 가능성이 커지고있다. 부산 울산간복선전철 인천지하철
영일만항건설 과학기술진흥기금출연등 주요 신규사업은 1 2년 순연될
공산이 짙다.

또한 계속사업의 경우에도 대부분 당초 완공시기가 늦어질 전망이다.
영종도 신공항 경부고속전철 서해안고속도로등 대형투자사업이 대부분
지가및 임금상승으로 공사비가 증액돼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산편성을 어렵게 하는 골칫거리중의 하나는 이른바 6공화국의
대통령공약사업.

내년 2월말로 노대통령의 임기가 끝남에따라 대통령공약사업에 대해
어느정도 내년예산에 반영될지 관심거리로 남아있다.

경부고속전철 새만금간척사업 호남선전철화 철도공사설립등 아직도
공약사업이 다수 남아있으나 워낙 대규모여서 예산부담도 큰 실정이다.

특히 이들중 일부는 정부일각에서조차 연기론이 대두되고 있어 시행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철도청의 공사화에 대해서는 이미 법이 제정돼 내년 1월1일로 일정이
잡혀있긴 하지만 3천억원이상의 추가재원이 필요,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형편.

더구나 이들중 계속해야할 사업들도 2 3년전에 책정했던 예산액으론
턱없이 모자라 공기를 늦추든지 예산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공약사업등 이해가 걸린 대형사업들이
당정협의나 국회심의과정에서 정치적인 압력을 받아 우선순위가 뒤바뀌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표시했다.

.도로 항만 철도 공항등 각종 대형건설사업에다 양곡기금 의료보험지원등
소득보장적지출이 급증하고 있으나 내년도 재원은 올해보다 별로 늘지않을
전망.

인건비등 고정경비와 법에 정해진대로 지출할수밖에 없는 예산등을 빼고
남은 순수사업 재원은 10조 12조원정도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1조원정도밖에 늘지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둔화에 따라 세입감소가 예상되는데다 증시침체로
정부보유주식의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각종 정부기금에서 차입해다 쓴 부분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환하도록 돼있어 여유재원은 더욱 부족하다는게 예산실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달 남짓동안 기획원과 소관부처및 정치권 사이에
예산편성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경우 예산실이 얼마나
예산원칙을 지켜 재정기능을 바로 잡을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은 7월말이나 8월초까지 각부처별 예산심의를 마치고
8월중순께 각부처장관급 협의회를 가질 예정.

지난 6월초부터 7월말까지 두달동안 예산실에서 심의해야할 예산규모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78조원을 웃돈다. 1조원이상의 국민세금을
어떻게 쓸지 단 하루에 결정해야하는 셈이다.

이같은 시간상의 제약때문에 예산실 직원들은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예산편성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획원의 예산편성작업이 끝나면 8월하순께 당정협의를 거쳐 9월초에는
대통령보고와 함께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이어 9월말에는 정부예산안이
국회에 정식 제출될 예정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