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현지사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으로 진출,경영전략에 차질을 빚고있거나 함께 진출한
국내업체끼리 과당경쟁을 벌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력스카우트이나 임금인상경쟁등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심해
진출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가하거나 정부가 제재조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경우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부설 북방지역센터와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4월 각각 중국(28개사)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38개사)등의 현지진출업체를 방문,인터뷰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북방지역센터가 조사한 중국의 경우 진출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 조사대상업체 28개사중 89.3%인 25개업체가 경영전략시행에
착오를 빚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략차질 내용은 고용및 임금문제가 12개사로 가장 많고 시장전략변화가
8개사,합작사와의 지분문제 6개사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고용구조가 복잡하고 임금수준도 예상보다 높으며 합작파트너와
경영권갈등까지 겹쳐 제3국수출을 겨냥했던 당초의 경영전략자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근로자복지제도가 복잡하고 부동산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도 경영애로를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국내기업끼리 인력을 스카우트하거나 임금인상경쟁을 벌이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방지역센터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체진출기업의 77.8%가
해외진출경험이 없다고 밝혔을만큼 경험이 축적돼있지 않은데다 사전에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의 법률제도나 경제구조를 완전히 숙지하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동성과 요영성등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진출해있는 점도 경쟁격화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진출기업들이 이같은 진통을 겪으면서 중국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전체 대상기업의 77.8%가 내수시장진출가능성이 유망하다고
밝혔으며 수익성에 대해서도 84%가 적정수준이상이라고 응답해 새로운
활로가 모색되고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국가에서는 국내기업간 또는 현지기업과의 마찰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조사대상기업중 57.9%는 국내진출기업과의 경쟁이,57.2%는
현지국가기업과의 마찰이 이미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응답했다.

국내진출기업과의 경쟁에대해 70%는 현지인력스카우트,35%는
한국파견인력에 대한 영입경쟁,30%는 임금인상 경쟁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제3국 수출가격을 놓고 덤핑경쟁을 벌이거나 수출쿼터를 확보하기위해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지국가기업과도 진출기업의 절반이 현지판매나 수출쿼터확보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고 밝혔고 현지채용 종업원의 인사관리나 복지문제
임금조정등을 놓고 분쟁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응답했다.

이와함께 동남아에서는 국내파견인력이 현지의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풍습에 적응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있다는 응답도 45%나됐다.

동남아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에따라 현지기업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조정하거나(60.9%)사후에 제재하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8.7%)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해외투자신고나
허가과정에서 적절한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17.4%나 됐다.

이에따라 이들 연구원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효과를 거두기위해서는
진출지역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함께 진출지역 다변화등
과당경쟁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병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