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러시아공대통령은 엊그제 미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공산주의는
죽었으며 러시아에서 공산주의가 부활되지 않을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에서 1917년 볼셰비키혁명이 일어난지 75년만에 러시아공대통령에
의해 공산주의의 사멸을 미국의회에서 공식선언됐다는 사실은 참으로
커다란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부시 미대통령은 옐친을 맞아 "이제 적의는 없으며 냉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지구상의 양대 초강대국이 보유하고 있던
핵탄두를 추가 감축키로 양국 정상간에 합의한후 한 말이다. 또한 옐친
대통령은 미국을 겨냥해서 설치되었던 SS-18 미사일망에 대한 경보가 이미
해제되었을 뿐만아니라 두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현수준에서 70%
감축하는 협정에 공식 서명하기도 했다. 이로써 미.러시아 양국정상은
냉전체제의 청산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온 세계에 천명하고 실천에
옮겨가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성원하며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믿을수 있고 효과적인 상호사찰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협정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발표를 금후 북한이 어떻게
받아 들일것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취해온 행태로 보아 남북한 상호사찰문제는 덮어두고
IAEA와의 사찰만을 갖고 대응하려는 태도를 견지할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할수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해결해보려는 술책을 일관되게 고수해오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를 대미국교정상화의 수단으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문제 전반에 걸쳐 미국과 직접대화를 꾀해보겠다는 사대주의적인
전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한국군이
휴전회담수석대표로 임명된후 계속 이회의를 유회시키고 있는 사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세계는 냉전체제청산을 위한 구체적 실천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새로운
역사를 맞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만이 아직도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이
역사적 현실을 어떻게 풀어야 할것인지 암담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