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또 생각만해도 답답할 지경으로
우리 농업은 지금 숱한 문제를 안고 있고 장래도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 농업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정부의 농지정책에서 찾아야한다. 확고한 비전이나 방향감각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는가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겉돌고 있다. 이같은
농지정책의 빈곤이 농지제도의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은 한국농업의 장래를
갈수록 어둡게 만든다. 농촌진흥지역지정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농림수산부
입장은 좁게는 농지정책,넓게는 농정전반의 빈곤상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사례라고 해야한다. 정부는 73년이래 실시해온 절대농지 상대농지대신
농업진흥지역지정제도를 도입하는 특별법을 지난 90년봄에 제정,금년
12월말까지 전국210여만 농지의 52%인 약110만 의 농지가원데 52% 110만 를
진흥구역과 그에 준하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했던 농민들로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래서 여당일각에서는 지정을 1년간 미루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던 모양이지만,그러자니 법령을 또 손질해야할 난처한 입장에 빠진
농림수산부는 결국 농민과 합의가 이루어진 지역부터 우선 지정해 나가되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연말까지 현행 절대농지를 그냥
진흥지역으로 이름만 바꿔 지정하기로 했다. 또 진흥지역에 대한 규제를
얼마간 완화하는 보완대책도 강구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마냥 팔짱을 끼고 있다가 뒤늦게 보완을 약속하는등 법석을 떠는 당국의
처사가 실로 딱하기 짝이 없지만 이 제도는 아무래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농촌과 농업의 현실,그리고 농민의 욕구를 도외시한 탁상정책과 행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농과 농촌일손부족현상이 갈수록 심각하고
유휴농지가 늘어나는 한편으로 개방압력이 격화되는 현실속에서 살길은
기계화와 기업화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허울뿐인 경자유전원칙대신
소유와경영의 분리를 허용하고,둘째 소유상한 확대논의에 조속한 결론을
내리는등 농지정책과 제도의 획기적 전환이 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