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의 실학자 연암 박직원이 쓴 한문소설 "민옹전"의 한 대목이다.

"어떤 사람이 장수하겠다고 보약인 복 (복령) 인삼 구기자같은 것만
먹으면서 밥을 먹지 않았더니 백일만에 기진맥진 죽게되었는데 이웃집
노파가 와서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대의 병은 굶주림병이다. 옛날
신농씨가 백가지 풀을 맛보아 오곡을 심기 시작하였는데 약은 병을 고치고
음식은 굶주림을 고치는 것인즉 그대의 병은 오곡이 아니고는 고칠수
없네". 그제야 기름진 쌀밥을 지어 먹었더니 죽기를 면했다"
몸을 보호하고 유지하는데 식보만큼 좋은 것이 없음을 비유한 이야기다.
중국의 고전 "예기"에 음식은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의 대상이라 했고 영국의
문인 조지 버나드 쇼가 음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성실한 사랑은 없다고 한
말도 맥을 같이한다.

식탁의 미각을 조화롭게 즐기는 것만큼 인생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없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식탁에 앉게 될때마다 걱정이 앞서게 된다. 주식이나
부식 후식 가릴것없이 농약에 병든 농산물이 들어있는 것이나 아닐까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기때문이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의 환경주간기념 토론회에서 밝혀진 유기농업실태를
보면 지나친 우려가 아님이 확실하다. 현재 유기영농을 하고 있는 농가는
전체의 0.08%인 1천5백여가구에 불과해 일본의 0.7%,서독의 0.3%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그만큼 우리 식생활이
갖가지 질병을 몰고오는 식품공해에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무공해 식품에 대한 필요성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유기농업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기농업은 생산성이
일반영농보다 20 30%나 낮고 제초 퇴비제조등에 노동력이 50%나 더
들어가고 있으나 유기영농농가의 68%가 제값을 받을 판로가 없어
일반농산물과 같은 값에 팔다보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무공해농산물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신이 보다 더 큰
문제다. 그 불신을 해소해 줄수있는 산지와 수요자의 직거래
확산,생산농장의 표시제 확립,품질보증기준 마련등으로 유기영농농가를
간접 지원해 줄수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수 있지않을까.

증산의 약방문으로 등장한 농약의 공해에 덜미를 잡힌 인간들,그들이
마음놓고 식보를 할수있는 날은 언제 올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