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8년전쯤의 일이다. 영화 "왕과 나"로 국내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대머리 명우 율 브리너가 폐암으로 타계했을때 미국의 TV국들은 매일같이
그가 남긴 "인류에의 유언"을 방영하고 있었다. "애연가 여러분,담배를
피울때마다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나는 담배때문에 하나님이 약속해 주신
생명을 다하지 못한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야합니다. 바로 오늘 당장
담배와 인연을 끊으십시오"율 브리너는 하루 3 5갑의 담배를 피운
체인스모커였다. 당시 65세.
바로 이 무렵,LA발 보스턴행 비행기안에서 우연히 바로 옆자리에 앉은
노인과 담배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이 백인신사는 버지니아주에
호남평야만한 크기의 담배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는 담배경작의 거물이었다.
그런데 그는 젊었을때 잠깐 담배를 피워 봤을뿐 성인이 되면서 담배를
끊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담배와 가장 인연이 깊은 이 노신사가 밝힌
금연의 변은 대강 이러했다.
"옛날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워도 오래 살곤했다. 왜냐하면 그때의
담배잎은 벌레가 3분의1쯤 파먹은 다음 나머지 3분의2로 담배를
생산했었다. 당시의 담배잎은 자연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
농장에서 거두어 들이는 담배잎은 해 피해가 전혀없는 "완벽한
모양"그대로. 해 이라곤 담배경작지에 얼씬도 못하게 된것이다. 강한
농약덕을 경작자들은 톡톡히 보고있는 셈이다. 그대신 지금의 흡연자들은
담배연기와 함께 강한 농약을 섞어서 폐속으로 흡인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체인스모커들은 일열종대로 선채 순서대로 저세상으로
떠난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담배자체가 안고있는 유해물질만도 4천여종. 이들 유해물질로
너덜너덜해진 인체의 내장이 벌레한마리도 허용하지 않는 농약이란
강펀치를 맞는다면 그결과는 뻔한 일이다.
금연운동이 도처에서 일고 있지만 흡연인구는 엄청난 템포로 늘고있다.
지난90년 당시 1인당 세계담배소비량조사에서 한국은 단연 4위. 맹렬한
성장추세로 보아 지금쯤은 1,2위를 다투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의
10대들이 이미 흡연율 44%를 마크,세계 제1위를 차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있다.
하루에 아홉갑의 담배를 피웠다는 공초 오상순이 태우던 무공해시대의
그런 담배잎은 이미 이 지구에서 사라진지 오래인데도 자연과의 악연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다.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금연의날"-. 금연에 앞서 "농약피우기"부터 끊어야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