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국내지점이 국내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영업규모를 좌우하는 외국은행지점의 총자산이 지난해
11조8,000억원으로 국내은행총자산의 5. 8%에 달해 90년의 5. 2%보다
크게 늘어났다. 활발한 영업활동에 힘입어 외국은행지점의 순이익도 계속
커졌으며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1,718억원으로 90년보다 29. 7%나
늘어났다. 특히 재무부가 지난 3월27일 확정발표한 "1단계 금융자율화및
개방계획"에 따라 외국은행지점의 CD(양도성 예금증서)발행한도와 자본금에
해당하는 갑기금이 증액되면 영업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외환거래나 신용장개설등의 업무에서도 외국은행지점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은행에 비해 외국은행지점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국내은행의 대출재원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수있다. 오랫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되었기 때문에 돈을 쓰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았다. 이에 비해 국내은행은 각종 정책성자금지원,80년대초 건설 해운등
부실기업정리에 따른 불량채권,89년말 증시부양을 위한 자금지원 등으로
대출재원이 매우 제한되어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확보할수 없다면 기업활동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아도
외국은행지점을 이용하지 않을수 없는 실정이다.
다른 하나의 원인은 금리규제를 꼽을수 있다. 국내금리수준이 해외에
비해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낮게
규제되고 있어 자금수급에서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시장왜곡현상이 일어나고있다. 적금가입이나 채권인수의 강요등
이른바 "꺾기"라 불리는 양건예금,"웃돈"이라는 대출수고비요구등 각종
비리와 편법도 이러한 배경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부족한 자금력과 계속되는 금리규제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개선,신상품개발,생산성향상을 위한 경영개선등의 노력없이
관행이라는 핑계로 현실에 안주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나 미국의 압력때문에라도
국내금융시장의 개방이 어쩔수없는 요즈음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을수 없다. 그동안 논의된 방안들을
요약하면 하나는 금리자유화이며 다른 하나는
인재양성,감량경영,신상품개발등을 통한 경영혁신이다. 금융시장개방을
앞두고 이러한 대응방안의 시급함은 더욱 절실하지만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으로서 오랫동안 지적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어야 할 것은 왜 빨리 개선방안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가 라는
점으로서 다음의 몇가지를 꼽을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금융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집단의 반발이
완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각종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규제를
남용한 재무부를 지적할수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일정한
공공성을 떠맡지 않을수는 없으나 정부개입이 너무 자주 있게 되면
시장왜곡이 일어나 경제전체에 훨씬 더큰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책목적이 경제전체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가 분명하지 못하고 정책결정과정도 공개적인 논의를
통한 합의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89년말의
증시부양조치이다.
엄청난 은행대출이 편중되어 있는 대기업집단도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대기업집단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외형팽창위주의 경영전략과 부실한 재무구조는 국제경쟁력악화의 큰 원인이
되고있다. 따라서 은행빚은 물가가 오르면 저절로 갚아진다는 인식이
하루빨리 없어지도록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해야겠다.
거액의 은행대출이 있을때마다 의혹의 눈길을 받는 정치권도
국내금융산업의 부진의 책임을 피할수 없다. 정치적인 배경으로 대출이나
인사문제 압력을 넣는것은 외국도 어느정도 있으나 우리의 경우 너무 자주
심하게 개입하여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물론 국내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책임도 크다. 일부직원들이 불합리한
환경을 기회로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워 각종 비리를 저질러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있다. 또한 공정하지못한 인사는 조직을 해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래야만
긴안목에서 인재양성,신상품개발,전산투자,생산성향상등이 이루어질수
있을것이다.
냉정한 이해타산으로 수익성에 치중하는 외국금융기관과 경쟁하면서
일정한 공공적인 책임을 떠맡기 위해서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과감한 정리와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