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신산업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간의 신경전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든 느낌이다.
잇따른 정부의 해명으로 재계의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됐고 특히 연구를
의뢰받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작업도 1차시안마련상태로 더이상
진행되지않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신산업정책을 둘러싼 여론의 향배가 당초발상의
진원지에 불리하게 돌아간데다 현실경제또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어 이러한 획기적 발상이 부작용만을 심화시킬것이라는 판단에서
연유된것같다.
그렇다고 신산업정책에서 제시된 기본방향이 완전히 철회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언제 다시 터져나올지 모르는 "휴화산"인 셈이다. 특히 정부측은
신산업정책이란 특별대책형태의 패키지정책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7차5개년계획에서 제시한 "기업경영및 산업조직의 효율화방안"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KDI의 남상우 부원장은 신산업정책과 관련,"논의는 종결됐지만 연구는
계속될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추진능력에 문제가
생겨 논의가 종결됐을뿐 정책의 기본방향은 계속 유지할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따라서 신산업정책은 현재 연구보고서형태로 기능이 정지돼있지만
언젠가는 다시꺼내 정책화될 여지가 크다는게 경제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패키지정책은 아닐지라도 개별정책으로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실 신산업정책의 기본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소유분산을 유도해야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선 반론이 거의 없는 편이다.
더구나 우리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한 만큼 기업경영과 산업조직을
효율화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정부시각에
대해서도 찬성쪽이 많은 상황이다.
신산업정책에 관한 문제점은 방향보다도 실시시기와 구체적인 방법면에서
크게 부각됐다. 비록 시안작성에 불과하긴 하지만 공론화하지 않은채
일종의 밀실작업을 추진했던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정치적 변환기를 앞둔데다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속에서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든지,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등의 정책은 거센 반발을
초래할수밖에 없었다고 볼수 있다.
구체적인 시행방법에서도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특히 국민당출현에 따른 현대그룹 제재조치와 겹쳐
대기업들엔 "재벌해체"를 추진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소유분산이나 소유.경영분리등은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할일이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게 기업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와관련,차동세 럭키금성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경제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으로 볼수 있는만큼 정부자체의 효율과
생산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산업정책을 둘러싼 재계의 우려는 정책의 방향보다는 그동안 정부정책을
액면그대로 믿을수 없었다는 경험에서도 연유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는데다 심판자로서 갖춰야할 제1의 덕목인 형평과 공평성이
결여돼있다는 점이다. 상호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졌고 이는 정부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라는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급변하는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계보다 우선 정부당국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신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업들의 불신감을 씻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공개적인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했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부와 일부 국책연구소에서만 비공개로 진행한 정책추진은
구시대적인 발상이었다는게 중론이다.
구체적인 정책내용을 들여다 보더라도 정책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경쟁력강화를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듯이 기술드라이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나 이부분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다.
김광두 서강대교수는 "기술투자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소유분산만을 강조할 경우 투자자들이 단기이익만 추구하는 탓에 효율적인
기술투자가 어렵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분산은
경제전체적으로 볼때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보완책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견해다.
김교수는 업종전문화를 유도해야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존의
업종분류만으로는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약점이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산업분류방식은 새로이 등장하는 첨단업종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산업정책은 추후에 시행에 들어가더라도 경제여건과
이로인해 빚어질지도 모를 부작용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도 신산업정책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게
아니라 타당한 내용은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자세를 가다듬고 새롭게
태어나야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반기업적사고방식의 형성은 바로
기업자신들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버는 일"이 부도덕으로 치부될 경우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은 사라지고 만다. "돈버는 일을 하는"기업인이 존경받기 위해서는
돈버는 방법이 떳떳해야하고 벌어들인 돈도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또 기업이 해야할 사회적책임도 다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곧 경제정의의 실천과정이다. 이러한 경제정의는 정부의 강제적인
힘보다는 기업스스로의 노력에의해 달성돼야한다. 정부는 정당한
기업활동을 보호하고 조장해야 할것이다.
이번 신산업정책의 논란은 이런점에서 정부와 재계에 다같이 새로운
자세변화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볼수있다.
<박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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