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개발금융 라영호사장은 지난 월요일 아침 한통의 전화때문에 입맛을
잃고말았다.
투자업체인 H사가 부도를 냈다는 소식이었다. 기계동력장치인 카풀링을
생산하는 H사가 1억1천만원을 부도냈다는 것.
라사장의 입맛을 잃게 한것은 부도자체도 그렇지만 부도발생이 전주
금요일에 있었고 특히 그소식도 제3자에 의해 전해졌다는 점이다.
대신은 H사에 지분참여 2억원에다 추가로 6천만원의 자금을 대여했었다.
그러나 회사운영이 어떻게 돌DK가고있는지를 몰랐다. 부도직후 사장과
자금담당상무가 잠적한 것도 뒤늦게 알았다.
라사장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투자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할수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투자회사는 투자등을 통하여 창업자를 사실상 지배해서는
안된다"(투자회사등록및 업무운영준칙 제30조)는 규정에 따라 창투사는
투자만 할뿐이지 투자기업의 경영상태를 수시로 체크할수 없다.
"투자기업의 경영흐름을 파악할수 없는 현행제도아래서는 악덕기업주의
자금유용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나사장은 창투사가 손발이 묶여있다고
말한다.
창투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비단 경영권불간섭조항만이 아니다.
투자대상 업력등의 제한이 있고 벤처캐피털관련법규가 3원화돼있는
상황이다.
김두종한국투자회사협회부회장은 "창투사는 분재"라고 규정한다. 뿌리를
내리는 것도 성장을 하는 것도 힘들수 밖에 없다는 것.
투자업종및 업력규제를 보자. 현행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은 창투사의
투자기업을 5년이내의 제조업 광업 공학관련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못박고있다.
상공부는 현재 5년이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실적의 50%이내에서
미투자자산을 업력과 관계없이 투자할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곧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창투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창투사의 수익률제고에 큰 보탬이
안될것으로 보고있다. 선발창투사들은 이미 자금여력이 소진된 상태이고
후발업체들도 세제등 관련제도의 보완이 뒷받침안돼 큰 실효를 거둘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 벤처캐피털사도 창업기업투자는 20%선을 밑돌고 있다.
특히 일본의 "중소기업투자육성회사"는 창업기업투자를 10%이내로 못박고
있다.
상장직전의 기업에 자금을 집중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른바 브리리
파이낸싱(Bridge Financing).
일본의 경우 국내 벤처캐피털제도와 그 목적하는바가 다르지만 최소한
선진국벤처캐피털제도는 벤처산업을 제도권에 묶어놓는 정신은 아니다.
자율적이다.
국내제도는 창투사가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집중지원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에는 부적합하다. 오히려 고만고만한 기업들의 창업을
조장하는 역할이 강하다. 창투업계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원화된 제도도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있다. 국내에는 현재 3개의
벤처캐피털관련 법률이 있다.
상공부와 재무부가 창업지원법과 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창투사와 신기술금융회사를 휘하에 두고있다.
또 과기처는 한국종합기술금융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국기술개발(주)을
지휘한다.
창투업계는 "유망중소기업육성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법체계가
3원화돼있다"며 "특히 이들 벤처캐피털중에서 창투사들이 가장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신기술금융회사와 종합기술금융회사는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 가운데
투자업종및 업력을 제한받지 않는다. 융자 리스 팩터링등 금융업무도
가능하다.
장영근국민기술금융사장은 "벤처캐피털산업의 육성을 위해 관계법령의
일원화가 시급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창투사운영의 모법인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창투사에 관한 법률"(가칭)등을 새롭게 만들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정부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홍순직상공부창업지원과장은 "이제 제도가 시행된지 6년밖에 안됐다"며
"업체스스로 체질강화를 통해 고객(투자자및 투자기업)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제도를 탓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
그러나 창투사들은 제도 개선없이는 사활이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궁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