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석유 한방울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의
소비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택할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절약밖에 없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에너지종합대책"은 에너지과소비에 대한 강도높은
긴급처방의 성격을 띤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이 대책은 국무총리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발표됐다. 이것은 에너지절약이 동자부등 몇몇
관련부처의 일만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것이다.
우리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돈다. 지난 몇년간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추세는 분명히 드러난다. 89년의 경제성장률은
6.8%였으나 에너지소비증가율은 8.4%,90년에는 각각 9.3%와 14.1%,91년에는
각각 8.4%와 10.9%였으며 올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7.6%였으나
에너지소비는 15%를 넘은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에너지소비증가율의 비율,즉 에너지소비탄성치는
89년의 1. 24에서 91년에는 1. 30,올1.4분기에는 2. 17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동탄성치는 석유파동이전인 60 70년에 1. 24였던 것이 75
80년에는 0. 33까지 떨어졌고 85 90년에 0. 52까지 상승,이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정책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일본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성장은 에너지 과소비의 결과로 얻어지는 셈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에너지소비효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1인당 연간 에너지소비량(석유환산)을 보면 미국7. 5t,독일 4.
4t,프랑스3. 6t,일본 3. 1t인데 비해 우리는 2. 1t(90년)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수준이 이들 나라에 비해 3 4분의 1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는 한계를 넘고 있다.
에너지 중에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의 소비증가율은 90년의 24.
1%,91년 18. 7%,올1.4분기에는 무려29. 7%에 이르렀다.
석유소비증가율이 세계1위라는 웃지 못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에너지소비절약 또는 에너지효율제고없이 국제수지개선도 불가능에
가깝다. 에너지수입의존도는 91년 91. 2%,올해엔 92. 2%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수입액을 보면 88년의 55억달러에서 90년에는 전년보다 49.
8%나 증가한 107억달러,91년에는 125억달러로 이중 석유수입액은
102억달러였다. 에너지 10%만 절약하더라도 국제수지적자를 12억달러나
줄일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때 또한차례의 석유파동이 닥친다면 한국경제는
마비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파동은 또 언제 닥칠지 모른다.
정부의 에너지대책은 에너지다소비업체특별관리및
인센티브부여,"에너지절약투자준비금제도"도입등 세제및 금융지원,주유소
영업시간,네온사인사용시간규제등 행정조치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정부가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보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에너지가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는
가격인상을 통한 에너지수요억제보다 에너지절약을 다른 수단을 통해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될수 있으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는가.
에너지도 절약하고 물가도 잡을수 있으니까 말이다.
경제주체의 경제행위란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다. 정책당국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경제행위를 유도하려면 거기에 걸맞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가격인상은 일종의 채찍이다. 그런데 채찍없이 소비자의 행위에 변화가
올수 있는가.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누가 모르는가. 그러나 과소비의 표본이라 할수있는
휘발유값은 당 80년11월의 680원,81년11월의 740원 이후 계속 인하되어
89년3월에는 373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497원이다. 시판중인 생수값보다
싸다고한다. 그러나 일본은 743원 프랑스는 745원 독일 725원 대만은
532원 산유국인 영국은 588원이다. 이러한 잘못된 휘발유가격이 과소비에
한몫을 거들고 있는데도 물가 때문에 그대로 둔다면 에너지대책의 중요한
한부분이 빠지는 셈이다.
가격조정이 물론 능사는 아니지만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면
응당 가격유인을 고려해야 한다. 휘발유값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다. 휘발유소비억제는 에너지대책의 극히
적은 일부에 불과하다.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제고와 절약이 더욱
중요하다.
정책을 선택할때 이것저것 걸리지 않는게 어디 있는가. 언제 닥칠지도
모를 석유파동에 풍전등화와 같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대책을 서둘러 세우는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가질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