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이 자주 화제에 올리는 조크중에 이런게 있다.
어느날 바르샤바발 모스크바행 열차안에 두 유태인이 마주 앉게되었다.
한사람은 20대의 청년이었고 또 한사람은 60고개를 넘은 약해보이는
노신사였다. 이상하게도 이 노신사는 기차가 역에 도착할때마다 객실에서
내려 쏜살같이 개찰구를 빠져 나갔다가 다음역까지의 표를 사들고 재빠르게
제자리에 되돌아 오곤했다. 물론 역에 따라서는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놓칠뻔 하면서. 노인의 기진맥진해 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청년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사연을 물어보았다.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모스크바까지 가는걸세"
"그렇다면 처음부터 모스크바까지의 표를 사실것이지 무엇때문에 역마다
내리면서 다음역까지만의 표를 사느라고 그 고생을 하십니까"
"나는 지금 중병에 걸려있다네. 바르샤바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들에게
진찰했더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게야. 그러니 모스크바까지
도착할는지도 모르는 처지에 거기까지의 표를 왜 사겠는가"
결국 이 노인은 모스크바의 바로 앞역에 도착할 무렵,지병과는 관계없는
과로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검약정신에 바탕을 둔 고전적 과로사라고나
하겠다.
"과로사"란 말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생소한 신조어였다. "일에
파묻힌 인생"이나 "넘쳐흐르는 일에의 욕망"이야말로 화이트칼라에 대한
덕목 1호였었다.
그러나 고도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40대 후반의 "기업의 기둥"들이
과중한 일에 지쳐서 기우뚱거리기 시작,우리 주변에서도 과로사란 용어의
중압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밤10시 또는 자정에 이르기까지 도심지의
고충건물은 백열등으로 밝혀져 있고,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있는
전산망을 통해 컴퓨터는 쉴새없이 "정보"를 토해내고 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이들 정보를 분석,정리하는 중간계층이나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임원진은 다같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업무와 스트레스에 의해
과로를 쌓게 마련. 이렇게 쌓인 과로의 무게는 어느날 아침 급사라는
비극을 기업과 개인에게 안겨준다.
삼성그룹이 최근 각 계열사의 임원들에게 10일간의 특별휴가를 주어
강제로라도 "머리 식히는"기간을 설정키로 했다한다. 휴일마저도 반납한채
업무에 매몰되어 있는 임원과 중간계층에게 자신들의 건강을 재점검하고
덧붙여 기업에의 신풍을 일구자는 시의에 적절한 시도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