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경은 "의회의 직무는 좋은 법률을
통과시킬뿐만 아니라 악법을 저지시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것 같다. 의원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민의에 역행되는 입법을 하는가하면 대의기구라는 특권을 이용하여 법률을
무효화시키는 조치들을 하는 경우가 없지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력한 반대여론에 부딪쳐왔던 서울시 의회의 "의원보좌관제"가
드디어 본회의에 상정될 모양이다. 바로 이것이 처칠이 말한 의회의
직무에 역행되는 사례라 하지 않을수 없다.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의 의원들이 상근 유급의 보좌관을 둔다는 것은
지방자치정신에 배치될뿐만 아니라 현행 지방자치법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보좌관제를 조례의 개정만으로 신설하려는 것은 위법이다.
정치윤리와 준법에 투철해야할 의원들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작태다.
보수없이 시민들의 눈이 되고 귀가되고 머리가 되어 시정을 감시
감독하는데 봉사하겠다고 나선 그들이 개원 1년도 못되어 이러한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은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의원 혼자서 국민들의 민원과 시 살림을 꼼꼼히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라서
경험이 풍부한 보좌관이 필요하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출마 당시에
그러한 상황을 몰랐었다는 말인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등 선진국에서조차 지방의원이 보좌관을 둔 사례를 찾아 볼수
없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각 상임위의 전문위원들을 활용하면
된다. 시정을 이해하고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시간에 쫓기는 의원이
있다면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할것이다. 또 보좌관을 두는 특권을
누리고싶은 의원이 있다면 그것이 법으로 보장된 국회로 진출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방재정을 건전화하고 누수현상을 막아야할 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과
편의만을 도모하는데 돈을 쓰려고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수 없다. 서울시의회의 보좌관제가 신설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전국
광역.기초의회로 확산되어 연간 소요비용이 1천2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인데다 지방재정자립도가 69.6%에 지나지 않는 실정에 비춰 본다면
그들의 고집은 민의에의 반역일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더 털어내자는 속셈인가.
미국의 유명한 독설가 앰브로스 비어스의 "법률을 무효로 만들기위해
모이는 사람들의 집단이 의회"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