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늙어서 무슨 축굽니까. 이제 채신 좀 지켜야지요.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실려고" 아내의 벼라별 소리를 뒤로하고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곳이 있다.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이나 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고 만나지 않으면
궁금하게 짝이없는 친구들이 있는곳. 바로 서울 신천국민학교를
단련장으로하는 "잠오조기축구회"이다.
78년10월 초대회장 장영 씨의 제의로 발족되어 현 이용식회장에
이르기까지 숱한 파란을 겪어온 이 회의 회원은 총 45명. 송파구에 있는
30여개의 조기축구회중 가장 역사가 길고 50대전후반의 회원이 가장 많은
팀이다.
회원중에는 해박한 역사지식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사교수,회원들의 생활태도를 끊임없이 바로잡아주는 잔소리대장
변호사등이 있다. 그밖에 중소기업사장,공무원 회사원등 다양한 직장인의
집합체이다.
운동장에만 나오면 한주일동안 쌓인 모든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토해내려는듯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떠들고 나뒤굴곤 한다. 평소에는
그지없이 조용하던 사람들도 눈만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좋아들한다.
"잠오축구회"는 비록 축구동호인들의 모임이지만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별 관계가 없다. 회원이 되려면 우선 사람이 좋아야한다. "사람나고
공나지 공나고 사람낳나" 이것이 이 회의 기본철학이다. 사람만 좋으면
회원이 되는 것은 아주 수월하다는 얘기다.
축구가 한바탕끝나면 다음 정해진 코스는 사우나 15년 동안이나 일주일에
한번씩은 알몸으로 만났기때문에 이젠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그 다음은 즐거운 식사시간. "아이구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사람들은
첨 봤어"어느 회원집에 초대받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다. 새벽에 나와서
그토록 뛰었으니 그럴수밖에 없을게다.
또한 "잠오축구회"회원은 절대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서로서로가 담배를
피우면 핀잔을 준다. 변호사친구가 특히 그렇다.
우리 회원들은 공을 차면서 각양각색의 지식을 얻고 인생을 배우고있다.
친형제보다도 더 가깝게 지내는 회원들에게서 어떤 때는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콧날이 시큰해지는 정감을 느끼기도한다.
언젠가 지나던 꼬마녀석이 "어,웃긴다 할아버지가 공찬다"는 말이 새롭게
귓전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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