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사연많은 14대 국회의원선거도 어제로 막을 내렸다. 90년대전반의
국내정치를 이끌어갈 14대 국회는 남북통일 지방자치단체장선거등
우리겨레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과제들을 안고 있어 국민들이
거는 기대 못지않게 책임도 크다. 그러나 이자리에서 정치적 기대와
전망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만큼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부진 재고누적 자금순환의 악화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특히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불거져나온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어려운 경제여건에 더큰 부담을 주지않도록
잘수습하는 일이 발등의불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많은 인력이 선거운동에 투입됨으로써 가뜩이나 심각한
산업인력 부족이 더욱 악화되었다. 더욱이 올해에는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올해 내내 산업인력의 현장이탈이 계속지않을까
걱정이다. 또한 이러한 산업인력의 현장이탈은 오는 4월부터 본격화될
올해 임금협상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수 있다.
다음으로 막대한 돈이 선거자금으로 동원됨으로써 통화팽창과 자금흐름의
왜곡이 우려된다. 3월들어 19일까지 요구불예금의 감소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나 많은 2조7,075억원이나 되었으며 같은 기간중 증권회사의
고객예탁금도 1,408억원 줄었다. 이에 비해 이기간동안 단자회사의
거액기업매출액과 CMA(어음관리구좌)수신액은 각각 2,311억원,1,316억원씩
증가하여 시중 여유자금의 단기대기성이 두드러졌다. 특히 최근의 잇따른
중견상장기업의 부도 법정관리신청으로 기업자금 공급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비해 오는 4월말까지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등
기업이 납부해야 할 각종 세금만 3조원이 넘어 자금난과 시중금리상승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선거운동기간중 각종 지역개발공약과 선심성정책이 남발되어 시중의
과잉유동성과 함께 어울리면 부동산투기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부진과 내수위축이 예상되어 가뜩이나 설비투자가 축소될 전망인데
무책임한 개발공약이 들뜬 사회분위기를 부추기면 시중부동자금이
부동산투기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막대한 선거자금 살포와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진정되던
과소비풍조가 다시 살아날까 걱정된다. 이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과
함께 국제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될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투기및 과소비억제를통한 경제안정과 제조업의
경쟁력강화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에 총선에 따른 부작용은 적지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다음과 같은 점을 참고하여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
첫째는 예상되는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를 계기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위한 기업투자를 유도해야한다. 시장경제에서 경기침체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계기로 작용하며 산업구조조정의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도산,실업등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을 가능한한 줄이고 기업체질을
강화하기위해 선별적인 금융.조세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로 단기대기성 시중부동자금이 생산적인 기업투자에 연결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만 경기침체중에는 판매 부진과 재고누적때문에
단기운영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되므로 금리인하유도등 인위적인
금융시장개입은 자금흐름을 왜곡시켜 기업자금난을 악화시킬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투기억제와 투자심리안정을 위한 대책을 우선하고
금융시장의 개입은 삼가야 한다.
셋째로 부동산투기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경제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의 우선순위를 엄격히 심사하여야 하는데
기술개발,원가절감에 필요한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동서고속전철,영종도 신공항건설등 굵직한 공약사업을 완급을
가려 추진해야한다. 또한 토지및 건물이용규제완화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생산적인 투자와 소비를 억제하고 노사화합을 통해
산업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요금 안정 재정긴축등
정부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책추진은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며 경제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총선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경제안정을 통한 경쟁력강화를
이루기위해서는 "총량억제 선별지원"의 원칙을 강력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특히 투자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투자의 우선순위와 내용을 심사숙고하여
추진해야겠다. 그렇지못하면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더욱 오랜
기간동안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