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수사진전없어 영구미제가능성 높아 ***
대구성서국교생 실종사건이 사건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은채 26일로
어느덧 한돐을 맞았다.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며 최대규모의 경찰력을 투입하고 최장의
수사기간을 소요하고도 여태껏 해결을 보지 못하고있는 이사건은 이제
경찰조차도 지쳐버린듯 수사의지마저 약해져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가능성이 짙어졌다.
1년이 넘도록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끊겨버린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임시공휴일로 기초의회의원선거일인 지난해 3월26일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마을 뒷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와룡산으로 올라간이후 소식이
끊긴 어린이는 이마을 우철원(14),조호연(13),김영규(12),박찬인(11),
김종식군(10)등 당시 성서국교생 5명.
사건발생초기 그저 단순가출로 판단했던 경찰의 초동수사실책으로
조기해결의 기회를 놓쳐버린 이사건은 경찰의 거듭된 수사방향혼선과
수사의지미약으로 해결을 보지못하고 있다.
현장중심의 소극적 수사만을 거듭하던 경찰은 시일이 지날수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사방향을 뒤늦게 전환하면서 수사본부를
시경찰청으로 승격시키고 수사요원도 3배가까이 확충,대대적인 수사체계를
확립해 전국경찰과의 공조수사를 펴왔다.
서울.부산등 대도시에서부터 경남.전남일원의 도서벽지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샅샅이 뒤지는 인력동원수색작업까지
펼쳤으나 어린이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동안 경찰은 어린이들이 실종된 와룡산등 주변산악지대를 대상으로
2백여차례 수색한데 이어 와룡산일대 선원지등 4개저수지의 물빼기작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와 경남.북일원의 앵벌이.구두닦이를 비롯
10대전입자 4만여명을 대상으로 특별호구조사실시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허사였다.
또 각종 사회단체와 함께 이들 다섯어린이의 사진이 실린 홍보전단
7백40여만장과 담배갑등 상품광고용 현상전단 1천5백여만장을 배포하고
72차례에 걸쳐 언론홍보를 했으며 각계에서 지원해준 성금 4천2백만원으로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나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1년동안 수사본부에는 이들 어린이를 목격했다는 제보전화가
전국각지에서 4백여건이나 걸려와 현지확인수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제보전화의 대다수가 허위나 장난전화로 밝혀져 잔뜩 기대를 걸었던
실종어린이들의 부모나 수사에 나선 경찰을 실망시켜 이들의 마음만을
아프게 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올들어서부터는 수사본부에 걸려온 제보전화는 고작
24건뿐이고 특히 국회의원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22일부터 최근까지
1개월동안은 단 2차례밖에 걸려오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이 선거에 쏠린
나머지 이사건은 점차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음을
나타냈다.
특히 경찰은 지난 1월14일 김원환경찰청장이 대구를 초도순시한
자리에서 "1년 이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약속이후 전면재수사를 펴왔다.
경찰은 대구.경북지역 각신문의 배달소년조사를 비롯 야간은신처,배회
가능지역, 실종현장중심의 산악지대 집중수색,특수종교집단수용자확인
등으로 1년이 되는 26일 이전 사건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렇다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해 결국 경찰총수의 약속마저 허언이
돼 버렸다.
김순태달서경찰서 형사과장은 "대대적인 홍보활동으로 국민들이
사건개요는 잘알고있으나 막상 실종어린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제보에 의한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수사상 고충을
토로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잃어버린지 1년째인 부모들은 이제 지치다못해
허탈상태에 빠져버렸다.
이제나 저제나 아이들의 소식이 있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4계절의
긴긴낮과 밤을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야만 했던 부모들은 오늘도 어디에선가
혹시 걸려올지도모를 아이들의 소식을 고대하며 종식이네 집 전화기 앞을
교대로 지키고 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못해 눈물부터 흘리는
영규군의 어머니 최경희씨(38)는 "도대체 우리아이들은 어디있을까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이라도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찾아오는 사람마다 붙잡고 "제발 아이들을 좀 찾아달라 "며 울부짖고 있다.
찬인이의 할머니 김말순씨(67)도 "찬인이나 한번보고 죽을려고 이 늙은
목숨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합니다.손자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아이들이 실종된후 모두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각지를 돌며 행방을
수소문하던 다섯어린이의 아버지들은 선거철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합동유세장등지를 찾아 다니며 어린이를 찾아줄 것을 애타게 호소하기도
했다.
종식이의 아버지 김철규씨(37)는 "지난 1년간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성원과 관심을 보여줘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다섯어린이 집가운데 대표연락처격인 종식이네 집의 제보전화가
올들어 부쩍 줄어들어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하루에 1-2건씩 꼭꼭 걸려오던 제보전화가 선거철을 맞아
뚝 끊어졌으며 부모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던 그 흔한 장난전화조차도
걸려오지 않아 부모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실종된지 1년이 지나버렸으나 경찰도 국민들도 그만큼 열성과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모들은 끝내
아이들의 소식을 모를 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종식군의 어머니 허도선씨(37)는 "요즘은 장난전화도 걸려오지 않아
너무 답답하기만 합니다"며 "제게는 아이들을 잃어버린 지난 1년간이
10년처럼 길게만 느껴집니다"라고 울먹였다.
"누가 우리아이들을 찾아줄 수는 없습니까?"
한결같이 "제발좀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이들 다섯어린이 부모들의
애타는 절규는 언제쯤 끝이 날 수 있을른지 그저 답답하기만
할뿐이다.